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저는 플라이북 뉴스레터의 기획자이자, 에디터이자, 편집자인 열무입니다.
마감이 사라진 오늘은 꽤나 여유로운 목요일을 보냈어요. 정기 휴재를 제외하고, 일 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레터를 보낸 스스로가 문득 대견해졌더랍니다. 분명 좋았던 때가 많았지만 거듭되는 마감 앞에 존재하는 권태로움과 좋은 것들만 모아 보내고픈 마음의 무게가 버거웠던 때도 많았거든요.
써내야 하는 분량이 벅찰 때. 글이 마음대로 쓰여지지 않을 때.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을 때. 더 나은 표현은 없나 궁리할 때.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 이게 최선인가 답이 없는 질문을 되물을 때. 글자와 마음을 사이에 두고 여러 한계와 벽, 그리고 그에 맞닿은 성취를 계속해서 만났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편지를 보냈네요.
참 이상하게도, 시원하다는 느낌에는 섭섭한 마음도 늘 따라다니나 봐요. 이제 눈알 빠지게 같은 문장을 보고 또 볼 일이 없다 싶어 시원하다가도 제가 여러분께 보낸 많은 레터를 보면 몹시 애틋해집니다. 어떤 의도였는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 안에는 제가 봉인되어 있는 것만 같아요.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고, 책을 읽을 것이며, 예전과 다르지 않게 단어를 잇는 일을 해내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할텐데 무엇이 이리 제 마음 한켠을 시큰하게 하는건지요.
그것은 바로 읽어주는 사람의 존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레터를 보내기 시작한 후에 혼자 있어도 자꾸 말을 걸게 되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자꾸 어떤 얘기를 건네고 싶었거든요.
실은 진짜 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참 좋아했어요.
우리는 아주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가며 수많은 문장을 만들어 가죠. 그러나 누군가가 기다리는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꼭 따스하고 다정한 구석이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저희를 기억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모양으로든 우린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