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녕? 나야!” 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20년전의 내가 현재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소재가 참 참신하다. 보고 있으면 20년전의 나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본다.
이제 막 계란 한판이 된 현재, 20년전의 나는, 10살 꼬맹이 시절의 나는 어떤 꼬맹이였을까?
그 당시의 내 관심사는 만화, 검도, 친구, 게임 이렇게 4가지였다. 이 때 막 메이플스토리가 유행이여서 참 열심히 했는데, RPG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나는 퀘스트에 집착하는 편인데 퀘스트의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지고, 레벨업을 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건즈 같은 총 게임이나 겟앰프드 같은 액션 게임을 주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졌고, 인터넷 요금을 미납하여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싱글겟앰프드” 라는 “겟앰프드”의 베타버전 리소스를 가지고 만지작거렸다. 실제로 코딩을 하는건 아니였고, 이미 컴파일이 완료된 hex code를 수정하면서 게임의 기능을 조작하는 작업이었다.
인터넷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이 되는 환경에서는 항상 이걸 조작하는 방법에 대해 검색했다. 정확히는 이 게임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했고, 거기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나의 관종끼가 시작된 것 같다. 내가 만든 작품을 카페에 올리고, 반응이 좋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 그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이 과정이 3년 정도 반복되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당시에 막연하게 “나는 프로그래머가 될꺼야” 라는 목표를 세워놨다.
만약 다른 상황이 벌어져서 다른 관심사를 가지게 된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계기를 갖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할 것 같은데, 다른 계기를 통해서도 나는 “프로그래머가 될꺼야”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행복 보단 불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그렇다고 해서 불행했던 그 시절을 바꾸거나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이니까. 그리고 지금의 나를 나는 꽤 좋아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