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는 방법 #2

환각 물질이라고 하면 마약(drug)을 떠올렸고 마약 하면 코카인과 헤로인을 자동으로 떠올렸던 저,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했습니다. 마약(drug)의 종류인 LSD 같은 사이키델릭(psychedelic)은 코카인이나 헤로인과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사이키델릭은 환각제를 복용한 뒤 생기는 일시적이고 강렬한 환각 상태 혹은 도취 상태를 말하는데 그런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칭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책, 마음을 바꾸는 방법은 사이키델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버섯의 위대함

버섯탕, 버섯 구이, 버섯볶음 할 것 없이 저는 버섯을 참 좋아합니다. 된장찌개나 불고기 전골에 들어간 얇지만 매끈매끈,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인 팽이버섯과 만가닥 버섯, 전이나 잡채에 들어간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도 좋지요. 갑자기 웬 버섯이냐고요. 환각물질, 실로시빈(psilocybin) 성분이 바로 환각 버섯 종류에서 추출되기 때문입니다. 마법 버섯(magic mushroom)라고도 하지요. 예전 미국과 남미 지역 인디언들은 환각 버섯을 이용한 종교나 제례의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맛있는 먹거리로만 생각했던 버섯, 알고 보니 무섭고 거대한 생명체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기 생명체가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고래? 침팬지? 물소? 500년 된 나무나 산호초? 아닙니다. 바로 버.섯.입니다.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버섯, 3.86km에 걸쳐 퍼져있는 이 버섯은 DNA 검사 결과 확인된 가장 큰 단일 생명체입니다. 나무뿌리와 줄기에 퍼져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포자를 피우는 시기에 갑자기 노란 갓을 일제히 펼쳐 내는 것이지요.

Oregon Humongous Fungus Sets Record As Largest Single Living Organism On Earth

버섯이 클 수도 있지 무서울 건 또 뭐냐고요? 곰팡이 균의 일종인 버섯, 사람에게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특정 생물, 소나 개 심지어 개미에게도 환각 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어떤 버섯은 개미에게 환각 작용을 일으켜 자신이 걸어갈 수 있는 높은 곳으로 가서 뛰어내리게 합니다. 이런 자살하는 개미를 통해 버섯은 포자를 널리 퍼뜨리는 거지요. 매미에 기생해서 수컷 매미를 암컷 매미인 양 변하게 하여 섹스 중독을 일으키면서 포자를 퍼뜨리는 곰팡이 균과 비슷한 경우이지요 (섹스 중독에 걸린 매미 이야기는 다음 기회를 기약합니다). 이 정도면 확실히 무서운 버섯이라 할 만합니다.

시선을 바꿔 보면

왜 버섯은 인간에게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환각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버섯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과학자들, 추측만 할 뿐 알 방법은 없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버섯에서 추출한 환각 물질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엑스터시와는 달리 중독 증상이 없다는 겁니다. 헤로인과 코키인, 그리고 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중독 증상입니다. 중독이라고 하려면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인데 할수록 더 많이 하게 되는 '남용'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존'현상을 보고 중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겠지요. 버섯에서 추출한 환각물질, 실로사빈(psilocybin), 그리고 곰팡이균 추출물이 모체가 된 LSD는 코카인이나 헤로인과는 달리 남용이나 의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의 평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로사빈이나 LSD를 경험한 사람들은 단순한 환각 경험을 벗어나 영적 경험을 했다는 말을 한다는 겁니다. 신의 숨결을 느꼈다거나 신이 자신을 어루만졌다고, 그래서 이 세상과 자신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란한 사랑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신자들조처 자기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와 하나 되는 자신을 느끼고 그래서 삶과 죽음에 대해 진실한 마음을 품게 된다고 합니다. 최근의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한 번의 환각 경험은 몇 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경험자의 생각과 생활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더러 실험 대상자의 주변 사람들조차 환각 경험을 한 이후 사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리서치 조사팀에 전합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저명한 의학자, 과학자, 작가, 사업가들이 한번 실로사빈이나 LSD를 경험하고 나면 호의적인 자세로 바뀔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잘나가던 커리어에서 벗어나 환각 경험을 통한 테라피나 대체의학 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심지어 용감한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쓴 올도스 헉슬리(Aldous Huxley)도 임종을 맞을 때 LSD를 먹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고 싶다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지요.

덕분에 환각 버섯은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짚으며 버섯을 먹고 환각에 빠져 높이, 높이 기어 올라가는 개미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환각 버섯 입장에선 우리 인간들은 버섯의 포자를 널리 퍼뜨리는 운송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버섯이 인간에게 꼭 맞는 환각 물질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릅니다. 버섯의 환각 물질을 통해 인간은 우울증이나 중독 증세도 완화 또는 치료하고 건강에 큰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환각 작용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나아가 영적인 경험까지 합니다. 결국 인간은 더 많은 환각 버섯을 키우고 버섯 포자를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립니다. 시각을 인간 관점에서 버섯 관점으로 잠시 틀었을 뿐인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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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흔들어야 할 이유

당장 고통받고 있는 말기 암 환자나 일상생활의 영위가 어려운 우울증, 중독증, 그 외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미 긍정적 임상효과를 보이고 있는 환각 물질, 그럼 우리들에겐 별 의미 없는 거 아닌가요? 저의 이런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해 주듯 저자는 환각 물질을 직접 경험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LSD, 실로사빈, 환각 선인장과 환각 두꺼비, 그리고 환각 식물 추출물까지 수차례에 걸쳐 여러 명의 환각 경험 전문가에게 가이드를 받아 환각 물질을 섭취하고 환각 경험을 합니다. 분석적이며 다소 시니컬하기도 한 저자, 첫 경험은 자신의 집에서 부인과 함께 LSD를 섭취하는 겁니다. 너무나 잘 아는 자신의 정원, 매일처럼 듣는 음악, 그리고 자신에게 비추이는 햇빛조차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험이었노아 저자는 말합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되고 심화된 그 감각은 마치 색을 볼 수 없었던 사람이 처음으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을 보고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는 것 같을 거라고 말합니다.

화학적 측면에서 본 LSD나 실로시빈 같은 환각 물질은 우리 뇌의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세로토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환각 물질을 섭취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두뇌세포의 연결이 순간 흐트러져 새롭게 구성되고 연결되어 지금까지 받아들인 공감각적 정보가 전혀 다르게 뇌에 전달된다는 가설이 주목을 받고 있답니나. 이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 영감을 찾는 예술가들, 그리고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중년 혹은 노년의 사람들이 모든 것이 새롭고 빛나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꽤나 유혹적입니나. 환각 경험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저에게조차 유연한 마음과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혹적으로 다가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