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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 침해를 규탄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는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가 전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0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는 4일 오후 9시에 배포한 후속 보도자료에서 “만화영상진흥원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당초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해 공모를 진행했다며 후원명칭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의 ‘경고’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처사다. 본래 만화는 풍자성과 해학성이 중요시되는 장르다. 풍자는 기득권층을 비꼬는 신랄한 표현으로 힘없는 대중의 억눌린 분노를 해소시키고, 해학은 일상에 찌들어 있는 대중에게 웃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가운데에서 <윤석열차>가 출품된 카툰 부문은 한 칸 또는 짧은 칸 안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해 그려내는 형식을 취한다.

카툰에는 풍자적 희화라는 의미가 깊게 내포되어 있는데, 특히 정치 사회의 풍속적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사명이 있다. 카툰은 사회적 변화에 관한 실황 방송이며, 때로는 사회적 타당성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카툰은 인간과 사물, 세태와 사건을 보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문제 삼고 공적인 경고 조치까지 내린 문체부의 행태가 만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작품의 내용에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작품에 대한 비판은 저잣거리의 논자들 사이에서 행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할 문제이지 기관이 나서야 할 일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차>가 표절작이라며 이를 후원 명칭 취소 사유로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석열차>의 컨셉인 기차는 서구 카툰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이자 패러디 요소다. 조금만 찾으면 유사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음에도 표절을 운운한 것은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여 학생의 창작이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문체부의 주장은, 역으로 “만화창작 욕구”를 출품작에 담아낸 일개 고등학생을 향한 공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을 압박했던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똑똑히 기억한다. 이는 명백한 자유의 퇴행이다. 퇴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고와 행정조치 예고를 즉각 철회하라

  2.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전 주최 기관과 해당 작가에게 즉각 사과하라

  3. 문화체육관광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데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