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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픽사의 성공 스토리를 닮은 경영서. 처음에는 성공에 대한 사후 분석을 –뭐든 좋은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담은 류의 흔한 책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생각에는 책 제목과 표지도 한몫 했다– 다 읽고 나서는 그런 류의 책들과는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음.

기업이 성공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기업의 결과물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고 –반대로 기업이 망하는 가장 결정적인 것은 현금이 다 떨어지는 것이다– 경영자의 리더십이나 기업 구조, 조직 문화 등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이를 두고 워런 버핏은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면 경영자가 잘 못해도 기업은 성장한다’고 했지.

하지만 기업이 일회적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결국 훌륭한 결과물을 계속적으로 만들고 마케팅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계속적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려면 조직 역량이 중요하고, 조직 역량을 높이려면 훌륭한 인재들과 그 인재들이 역량과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문화와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좋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 구조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기업이 잘한다고 되는건 아니다. 그건 오롯이 시장의 결정이기 때문. 반면 기업 구조와 문화는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 팀워크도 좋아지고 정보 전달도 빨라져서 대응도 잘 되기 때문. –위험이 발생했는데 전달이 안되면 대응이 안 된다– 조직 구조와 문화도 비슷한데, 좋은 문화인지 아닌지 보다 좋은 문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 도메인별-조직별 차이가 있는데 어느 분야에나 통용될 수 있는 단 한가지 좋은 문화 같은 것은 없기 때문. 자신들의 조직에 맞는 좋은 문화를 갖추기 위해 부단히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좋은 문화를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질서를 쌓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끊임 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질서는 점차 망가지기 때문. 우주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르니까.

이와 같은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픽사와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이 책에는 훌륭한 통찰이 담긴 메시지가 가득하다. 단 한 번의 성공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허접한 책들과는 깊이가 다름. 기업 문화나 조직 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정리한 책은 아니라서 –저자는 경영자이지 경영학자는 아니니까– 다소 뻔하게 들리는 이야기도 많지만, –정리해 보자면 뻔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많은 가운데, 중간 중간 통찰력 있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기업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