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관기: SIGDOC 2019, Oct 4-6, Portland, OR


그림 21. 학회를 마치고 엠마와 함께

그림 21. 학회를 마치고 엠마와 함께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포틀랜드에서 열린 SIGDOC 2019에서 “Behind the Starbucks counter: Design Idea of Collaborative Training in Virtual Reality”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인 과학 계통의 학회가 아니라서 생소하실 텐데요. SIGDOC은 ACM (The Association of Computing Machinery) 산하의 소규모 학회로서, 정식 명칭은 “The Special Interest Group (SIG) on the Design of Communication (DOC)”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설명에 따르면, SIGDOC은 “기술적 주제의 문서화,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프로덕트 및 시스템 사용자를 지원하는 데 관련된 지식을 활발하게 교류하는 포럼”입니다.

더 간단히 정리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과정 및 경험을 설계(design)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통(communication)을 탐구하는 주제라면 SIGDOC의 성격과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이나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esign) 연구자들이 주로 참석합니다. 다만 “소통”이 한 축을 차지하는 탓에 전공을 살려 업계로 넘어가고자 하는 언어학이나 영문학 계통 연구자도 빈번하게 보입니다.

그림 1. 포틀랜드로 내려가는 앰트랙 식당칸

그림 1. 포틀랜드로 내려가는 앰트랙 식당칸

그림 2. 간단한 점심 메뉴. 브렉퍼스트 샌드위치와 드립 커피

그림 2. 간단한 점심 메뉴. 브렉퍼스트 샌드위치와 드립 커피

그림 3. 철로가 해변을 끼고 내려가므로 태평양을 내다볼 수 있다. 맞은편에 앉을걸.

그림 3. 철로가 해변을 끼고 내려가므로 태평양을 내다볼 수 있다. 맞은편에 앉을걸.

그림 4. 포틀랜드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의 기차 플랫폼

그림 4. 포틀랜드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의 기차 플랫폼

제가 거주하는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는 버스로 약 세 시간 반이 걸립니다. 이번에는 느린 기차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고 싶어 일부러 악명 높은 앰트랙을 골랐는데, 아니나다를까 중간에 한 시간 정도 연착을 하더군요. 영화에서처럼 식당칸이 따로 있는데, 앉아서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과 바 좌석이 있습니다. 물론 맛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기분 내기는 좋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시애틀 못지않게 날씨가 흐렸습니다. 다만 포틀랜드는 내륙이므로 해양성 기후인 시애틀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여름엔 보통 10도가 높고 겨울엔 10도가 낮으며 날씨도 상대적으로 더 맑다고는 합니다.

유니언 스테이션은 윌라멧(Willamette) 강 쪽으로 불쑥 나온 지구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데, 가장 번화한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와 놉 힐(Nop hill)에 잇닿아 있습니다. 물론 비싸므로 보통 이 근처에서 묵지 않습니다. 윌라멧 강을 건너 동쪽으로 가면 호손(Hawthorne), 리치몬드(Richmond), 래즈 애디션(Ladd’s Addition) 등 묵기 좋고 걷기 좋으며 재미있는 데가 많지만 이미 여러 번 오가면서 다 가봤으므로 주변에 주택뿐인 리드(Reed) 일대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포틀랜드라 하면 여자 둘이서 놀러 가기 좋은 도시, 백인 고학력자의 도시, 힙스터의 도시, 푸디(foodie)의 도시라고들 하는데, 이번에 묵은 에어비엔비 숙소는 그런 뉘앙스에 걸맞은 곳이었습니다.


그림 5. 에어비엔비의 테라스가 딸린 침실

그림 5. 에어비엔비의 테라스가 딸린 침실

그림 6.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예술 작품

그림 6.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예술 작품

그림 7. 침실 옆에 딸린 작은 방에 준비된 조식 메뉴. 과일과 커피, 차, 가벼운 간식

그림 7. 침실 옆에 딸린 작은 방에 준비된 조식 메뉴. 과일과 커피, 차, 가벼운 간식

묵으며 가장 좋았던 게 아름답게 꾸며진 조식 전용 방이었는데, 미국의 저렴한 유기농 체인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브랜드의 커피와 차, 비스킷, 기타 간단한 과일이 제공됐습니다. 프리 푸드는 늘 대학원생의 심금을 울립니다. 여장을 풀고 남쪽의 우드스톡(Woodstock Blvd.)까지 약 20여 분 정도 걸어가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림 8. 포틀랜드의 베지테리언 체인인 래핑 플래닛(Laughing planet)

그림 8. 포틀랜드의 베지테리언 체인인 래핑 플래닛(Laughing planet)

그림 9. 내가 주문한 호박, 비트, 생강 절임 돼지고기 보울

그림 9. 내가 주문한 호박, 비트, 생강 절임 돼지고기 보울

그림 10. 포틀랜드의 로컬 유기농 그로서리 체인인 뉴시즌(New Season)

그림 10. 포틀랜드의 로컬 유기농 그로서리 체인인 뉴시즌(New Season)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서는 비건 레스토랑이 비교적 흔한 편입니다. 이 래핑 플래닛은 체인 레스토랑으로 엄격한 비건(vegan)은 아니며 채식, 유기농, 팔레오 식단을 주로 다룹니다. 철 따라 보통 메뉴가 달라지는데, 가을 시즌 메뉴에는 델리카사 호박과 비트, 기타 뿌리채소가 들어갑니다. 소스는 미소 와사비로 동양풍인데, 이런 스타일의 메뉴는 북서부에서 비교적 흔한 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뉴시즌에서 간단한 음료와 밤참을 사가기로 했습니다. 시애틀에 PCC와 메트로폴리탄 마켓(Met Market)이 있다면 포틀랜드에는 뉴시즌(New Season)이 있습니다.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즈(Whole Foods)는 이들 앞에 한 수 접고 들어갑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싱싱한 제철 야채와 과일, 여러 다양한 유기농 제품들이 있으므로 한번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