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종교인 시대

얼마전 작은 커피 대회가 하나 있었다. 난 운이 좋게도 그 대회의 심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 대회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자유롭게 커피를 준비해오고 심사위원들에게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 2명씩 대결을해서 토너먼트식으로 올라가게되며 최후의 한 사람이 1위를 하게 된다.

심사위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 대회이고 "재미와 유쾌함"에 초점이 꽤 맞춰져있었다. 논리적인 근거와 심사의 세밀한 체점방식보다는 어떻게든 심사위원을 한번 만족시켜봐라라는 의미가 강했다.

이 대회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한 대결이 있었는데, 그것은 챔피언이 탄생하던순간도, 3위와 4위가 결정되던 순간도 아니었다.

32강전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두사람의 대결이었다.

한사람은 에스프레소광이었다.

논문, 칼럼등을 참조해서 추출에 미세한 유량을 조절하며 추출을 했다.

초반과 후반에 압력이 다르게 설계한 이유와 그에 따른 유량조절에 대한 수많은 설계가 있었고 듣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수밖에 없었다.

최근 커피공부는 논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질타를 받을만큼 과학적 권위가 중요해 진것도 이런 사람들의 탄생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사람은 크게 긴장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단순한 추출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장일치로 두번째 참가자가 이겼다.

두번째 참가자는 즐거워했고, 그가 이긴것에 큰 비결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가 좋아하는 커피를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출한것 뿐이었다.

첫번째 참가자는 자신의 패배요인을 후반부 추출유량 세팅이 1g정도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난 이것이야말로 커피 공부의 진수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화는 나에게 큰 지침이 되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전에 지금의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보고 싶다.

커피 시장이라기보다, 바리스타현실 그리고 커피 공부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커피 전문가가 많은 시대이다.

여러분도 겪어왔겠지만, 선생님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유튜버와 책마다 이야기가 달랐던것이 커피 시장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보다 검증된 자료와 이론들이 필요했고 공신력있는 사람들의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