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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복잡하면서 단순한 것이면서,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가득찬 곳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이면서,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살면 살 수록 잘 모르겠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게 진짜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비슷한 시간을 살지만, 아주 소수의 삶만이 본보기가 된다. 이본 쉬나드의 삶을 본받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그 일을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나은 방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 지 끊임없이 도전한다. 누구나 당연히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만한 삶의 방식이지만,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당연한 것들은 당연하지 않다. 모두가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하지만 여러가지 핑계로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돈과 관련된 것으로 채워간다. 주식, 코인, 집값, 부업, 연봉, 경제적 자유 등의 이야기는 조금씩 조금씩, 종이가 물에 젖는 것처럼, 깨어있고 생각하는 시간을 뺏어간다. 누구나 책읽기가, 나누고 봉사하는 것이, 진실한 친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없는 시간에 삶이 팍팍하다는 핑계는 언제나 유효하다.

삶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삶은 너무도 복잡해서 때때로 그 단순함을 까맣게 잊게 하곤 한다. 시험을 잘 치는 방법, 뒤떨어지지 않는 방법, 실패하지 않는 방법,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주어진 조건을 숫자로 치환해서 대소를 비교하는 방법은 너무나 복잡해서 때때로 좋아하는 일, 옳은 일을 하며 행복하면 된다는 단순함을 집어삼켜 버린다.

자연은 잃어버린 단순함을 되찾아준다. 높은 산과 너른 들, 고요한 하늘과 푸른 바다가 주는 어떤 종류의 압도감은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복잡했던 삶이, 어쩌면 아무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본 쉬나드의 삶이 단순하리만큼 일관성 있었던 것은 분명 그가 평생 곁에 두고 있는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일 테다.

자전거를 타고 서핑을 하는 세세한 방법은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일단 해야하는 것은 단순히 페달을 밟고 보드 위에서 팔을 휘젓기 시작하는 일이다. 복잡한 생각보다는 실행과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그 일을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그 나은 방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옳은 일을 좋아해야 하고, 불필요한 복잡함을 항상 멀리해야 하고, 단순하고 우직하게 한걸음씩 내딛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야 하고, 글로 지금의 생각을 끊임없이 남겨야 한다. 그게 오늘 독후감을 쓰는 이유이다.

덧) 번역본 제목도 좋지만 원제도 참 좋다. Let My People Go Surfing: The Education of a Reluctant Businessman. Reluctant 한 건 자신있고, businessman 은 조금씩 되고 있는 것 같다. My people 이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surfing 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