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의 손을 거쳐 영화화되었다. 영화 제작에 있어 스티븐 킹와 스탠리 큐브릭의 의견은 들어맞질 않았다고 한다. 원작의 결말과 다른 결말이며, 주인공 ‘웬디’를 수동적으로 그렸으며, 주인공 ‘잭’이 미쳐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 <샤이닝>은 최고의 고전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유의 웅장한 영화 ost와 완벽한 화면구성,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핏물이 흘러나오는 장면 등으로 구성되어 앞으로도 길이 남을 역작으로 불릴 만하다.

💭 진정한 공포는 단순히 시각적인 공포를 넘어서, 압도 당하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영화 <샤이닝>은 내가 좋아하는 진정한 공포 영화 중 하나다. 나는 이번 학기 '이야기와 스토리텔링' 강의에서 이 영화를 과제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요소는 서스펜스이다.

💭 1980년 개봉하였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이 영화는 공포 영화라기엔 공포적 존재가 나타나지 않고, 장면이 잔인하지도 않다. 그러나 공포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되고 있다. 서스펜스 기법을 사용하여 시한폭탄 같은 ‘긴장감’이 영화 전체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서스펜스’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고안해낸 영화적 기법 혹은 영화적 장치의 종류이다. 히치콕은 이를 “불안과 긴장, 기대감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어떤 결과 및 결정된 것을 기다릴 때 염려와 근심이 동반되는 정신적으로 불확실하거나 흥분된 상태(이강석,2016)”를 의미한다. 이는 마치 “테이블 아래의 시한폭탄”과도 같기에 관객들은 긴 시간 동안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낀다.

💭1) 영화 <샤이닝>의 복선

영화 초반부에 깔려있던 ‘복선’들이 중후반부에 반복되거나 반전되어 나타난다. 복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복선에 대해 봐야할 것이다. 복선은 크게 ①‘전 관리인 가족의 비극’, ②‘토렌스 가정의 불화’로 나눌 수 있다.

①‘전 관리인 가족의 비극’은 잭의 인터뷰 장면에서 얼만이 조심스레 알려준다. 1970년대 고용된 찰스 그래디라는 사람은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호텔에서 겨울을 나는 동안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겨 미쳐 날뛰다 도끼로 아내와 딸들을 죽여 토막 냈고, 자신마저 총으로 자살했다는 것이다.

②‘토렌스 가정의 불화’는 아들 대니에 대해 아내 웬디가 상담사와 대화하면서 언급된다. 대니의 어린 시절 팔이 빠진 적이 있었고, 그 이유는 잭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웬디는 상담사에게 “그런 일 흔하잖아요”라며 잭을 감싼다. 그리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며, 이 사건 이후 잭이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음을 말한다. 당시 잭은 웬디에게 다신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며, 마실 때 웬디가 자신을 떠나도 좋다고 말했다.

💭2) 복선의 사용 방법

복선이 깔리면 관객은 영화 속 등장인물보다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 이 영화의 복선은 ㈀ ‘반복’이나 ㈁ ‘반전’ 의 방법으로 주인공과 관객에게 다가온다. 관객은 멀리에 존재하던 불길한 복선들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인물에게 앞으로 일어날 것을 알기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서스펜스는 관객에게 확정되지 않은 불안감을 주며, “복선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일부러 지속적인 기대를 야기 시키는 서스펜스를 설정하여 관심을 끌게 한 다음 결말로 이끄는 방법을 사용한다.(이태훈,2015)”

먼저 ㈀ ‘반복’의 방법을 살펴보자. ‘반복’은 관객에게 지속해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멀리에 존재하던 불길한 복선이 인물들에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복선①과 ②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대니는 오버룩 호텔 내에서 쌍둥이의 영혼을 반복적으로 마주한다. 그들은 말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다, 세 번째 만난 때엔 대니에게 말을 걸어온다. “안녕, 대니? 와서 우리랑 놀자.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라고 한다. ‘영원히’를 강조하며, 그들은 자신들이 참혹하게 죽은 장면을 대니에게 보여준다. 그러곤 다시 사라진다. ‘가족 살해’에 대한 불안감을 대니는 갖게 되는데, 이는 잭과의 대화 장면에서 나타난다. 장난감을 가지러 가겠다며 방으로 간 대니는, 침대에 앉은 잭을 마주친다. 잭이 대니를 안아주며 안부를 나누는데, 대니는 “아빠, 엄마랑 나 절대 안 해칠거지?”라고 묻는 대니에게, 잭은 “널 해치는 일은 없어 절대로”라고 말하며 단언한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잭은 가족을 토막 살해하는 악몽을 꾼다. 또한 잭은 대니에게 “우리가 여기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어.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라고 말한다. ‘영원히’의 반복은 복선①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잭이 로이드가 준 술을 마시면서 웬디와의 약속을 어기는 장면에서 복선②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으로 ㈁ ‘반전’의 방법이다. ㈀ ‘반복’의 방법이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면, ㈁ 반전의 방법은 ‘놀라움’을 준다. 이 영화에서 반전은 세 번에 걸쳐 나타난다.

우선, 웬디는 237호에 어떤 여자가 있고, 그 여자가 대니의 목을 졸랐다며 잭에게 도움을 청한다. 잭은 웬디의 말을 듣고 237호로 향해 천천히 욕실로 들어간다. 욕조에 있던 나체의 여인은 천천히 잭에게 다가오고 둘은 키스한다. 잭은 키스하다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있던 거울을 보는데,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몸은 썩어있다. 아름답던 여자는 사라지고 시체가 눈앞에 나타나자 잭은 놀라 도망친다. 237호의 여자는 전 관리인 찰스 그래디의 아내로 추정된다.

두번째로, 대니는 문에 적힌 “REDRUM(레드럼)”이란 이미지를 샤이닝 능력을 통해 본다. 대니는 두려워하다 정신을 잃고, 토니가 나와 대니의 몸을 갖는다. 토니는 “레드럼!”을 외치며 웬디 옆에 놓인 부엌칼과 그녀의 립스틱을 든다. 토니는 립스틱으로 문에 레드럼을 쓴다. 아들의 이상 행동에 놀라 잠에서 깬 웬디는 칼을 빼앗고는 껴안는다. 그러나 웬디는 앞에 놓인 거울을 통해 레드럼을 반전시켜본다. “REDRUM”은 사실 “MURDER(살인)”이었던 것이 밝혀지며 웬디는 놀라 소리친다.

마지막으로, “대니는 여기 없어요, 토렌스 부인”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웬디는 호텔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를 잭과 상의하려, 잭의 작업공간으로 웬디는 향한다. 그러나 잭은 불러도 나오지 않았고, 타자기만 놓여있을 뿐이다. 타자기에 놓인 종이를 보는 웬디. 그러나 종이엔 소설이 적혀있지 않고,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바보가 된다)”만 적혀있을 뿐이다. 웬디는 당황하며 옆의 종이 더미를 계속 해서 살펴보지만, 모든 페이지엔 이 문장만이 적혀있다. 웬디는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