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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의 민족에서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의 민족 조끼를 입은 라이더들은 누구 소속이며 어디서 월급을 받을까? 나는 궁금한 적이 없다. 당연히 배달의 민족 소속이며 배달의 민족에서 돈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를 통해 알게 된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라이더들은 일반적으로 개인사업자다. 원칙적으로 배달 대행 회사와 “파트너”의 관계이고 동등한 관계이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정 근로시간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라이더들이 타는 오토바이들조차 회사의 소유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인 경우가 많고, 당연히 이에 대한 정비의 의무도 라이더들에게 있다. 이러한 라이더와 회사의 관계는 쿠팡이츠 라이더스 계약서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 14조 : 배송사업자(라이더)가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배송사업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여야 하며, 회사(쿠팡이츠)는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라이더와 회사의 관계가 동등하므로 책임도 동등하다. 회사가 교통사고를 낸 것이 아니면 회사의 책임이 없으니 라이더의 책임만 있다. 라이더가 처한 곤란은 라이더가 처리해야 한다. 배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배달 회사라니. 사업이 참 쉽다.

하지만 회사와 라이더가 정말 동등한 관계일까? 다른 많은 조항들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회사는 실적이 안 좋은 라이더들의 앱 접속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 있다. 라이더는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그에게 일을 분배 할 수도 없다. 회사는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라이더와 회사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법과 판례는 근로자의 여부를 단순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의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의 여부로 본다. 그런데 쿠팡이츠 라이더들은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을까? 사실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이츠 라이더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목소리로 지휘하고 눈으로 감독하는 관리자들은 없다. 라이더들은 설정상 “자유롭게” 앱을 켜고 일감을 받아갈 수 있다.

그런데 꼭 목소리로 지휘하고 눈으로 감독해야 지휘감독일까? 라이더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앱에서 “일감”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일감이 생기면 “광클”을 해야 한다. “먼저 누르는 사람”이 일을 가져가는 “전투콜” 시스템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더들은 배달을 하지 않을 때 핸드폰을 계속 주시하며 긴장상태를 유지한다. 이 기간은 노동시간이 아닌가? 감독을 받는다고 볼 수 없을까? 쿠팡이츠의 계약서에는 “배송사업자에 대한 배송 서비스 평가 결과가 회사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회사는 배송사업자의 앱 접속 권한을 상실”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하니 라이더들은 인공지능이 음식점과 도착지의 직선거리를 기반으로 판단한 도착예정시간에 1분이라도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신호위반과 과속을 감수하게 된다. 이것은 지휘가 아닌가?

책은 이렇듯 노동법이 명쾌하게 적용되기 어려운 배달 산업의 여러 측면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책에서도 이야기 하듯, 이러한 영역들에 대해 무 자르듯 단순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의 생각처럼 IT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발생한 이런 신종 노동에 대해 기존의 노동법을 기계적으로 대하는 것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은 “노동법이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노동법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공장에서, 길에서, 때로는 책상에서 죽어간 노동자들, 또는 그 유족들이 피로 써내려온 지혜다. 회사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사회가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이러한 노동법을 오늘날 새롭게 해석할 때, 또는 새롭게 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스타트업들의 혁신”과 “노동자들의 안전” 둘 중 무엇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이어나가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책은 특히 단순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플랫폼 노동조함”, “산재 정비”, “이륜차 시스템 정비 및 등록제 도입” 등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기 주장하고 설명한다. 책이 하는 모든 주장에 전격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책은 우리에게 무슨 논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18년간 18~24세 청년 27명이 배달하다 죽었다. 그 중 3명은 출근 첫날 죽었다. 다른 3명은 그 다음날 죽었다. 다른 6명은 보름 안에 죽었다. 집계되지 않은 죽음은 더 많다. 더 많은 라이더들이 더 빠르게 유입되면서 그 숫자는 늘고 있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배달에 많이 의존하는 사회가 된 지금,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결코 책임이 없지 않다. 우리는 이 상황에 목소리를 낼, 그리고 정치인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내라고 명령할 책임이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