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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위드의 연구원들이 세포를 배양하는 바이오리액터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에서 세포는 한 달간 증식, 분화한다. 남윤중 제공

인류는 새로운 고기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기존 공장식 축산에서 불거진 동물 윤리 문제와 환경 문제가 외면하지 못 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13년 네덜란드의 한 대학의 실험실에서 처음 탄생한 배양육도 그 후보 중 하나다.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를 증식, 분화시켜 근육이나 지방 조직을 얻는 배양육은 이론적으로는 실제 고기와 거의 유사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특유의 비릿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식물성 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아직 일부 동물 유래 물질에 의존해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장벽도 있다.

과연 고기를 제조하는 시대, 곧 올까.

페트리 접시 위에 탱글탱글한 주황빛 물체. 지난 5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위치한 배양육 제조 업체 씨위드의 실험실에서 처음 만난 배양육은 어딜 봐도 ‘고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굳이 식품 중에 고르자면 젤리와 가장 가까운 외형이었다. 실험용이라 세포의 양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고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실망도 잠시, 배양육을 굽자 고소한 고기 냄새가 났다. 젤리에서 고기 향이 피어오르다니, 기이했다. 인간이 이토록 ‘고기 향’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놀라웠다. 배양육에선 식물성 대체육을 구울 때 나던 비릿한 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동물 단백질이 구워지며 나는 고유의 향이었다. 아쉽게도 가축이 아닌 쥐 세포로 만든 배양육이었기에 시식은 할 수 없었다.

이 ‘고기 향’ 덕분에 배양육은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기의 맛과 향을 포기하지 않고도 공장식 축산이 일으키는 문제를 없앨 수 있게 돼서다. 그동안 공장식 축산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식물성 대체육이 유일했는데, 이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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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은 등장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배양육은 2013년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가 실험실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 지난해 미국 기업 ‘잇저스트(Eat Just)’가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배양육 식품 승인을 받았다. 이스라엘 기업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퓨쳐 미트)’는 올해 6월 배양육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세계 최초였다.

배양육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은 2025년 배양육 시장 규모를 2억 1400만 달러(약 2543억 원)로 예상했다. 2032년엔 5억 9300만 달러(약 7047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석대로라면 연평균 성장률은 15.7%에 달한다. 국제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높은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배양육 시장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이 배양육 제조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식품 대기업인 대상그룹과 CJ제일제당, SPC그룹 등이 배양육 기업이나 배양 기술을 갖춘 기업에 투자했다. 씨위드, 다나그린, 셀미트 등의 스타트업은 배양육 제조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 배양할 수 있는 세포도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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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제조 기업 씨위드가 한우 세포로 만든 소 모양 배양육. 세포를 입체 구조로 키울 때 뼈대(스캐폴드)의 모양을 달리하면 배양육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씨위드 제공

배양육은 가축으로부터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해 배양기에서 근육 또는 지방 조직으로 키워내는 기술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어떤 세포를 추출할지, 어떤 배양액으로 세포를 기를지, 조직 구조는 어떻게 만들지 등 매 순간 최선의 기술을 찾아 조합해야 제대로 된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다.

배양육 생산 기술의 최전선을 확인하고자 10월 6일, 경기 광명에 위치한 씨위드 본사를 찾았다. 씨위드는 해조류와 미세조류를 이용해 차별화된 배양육을 제조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모든 배양육 제조의 첫 단계는 세포 추출이에요. 소, 닭, 돼지, 새우, 연어 등 어떤 동물 세포에서 추출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이 달라지죠.”

이희재 씨위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배양육 제조 시설 한 켠의 인큐베이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큐베이터에는 빨간 배지가 담긴 페트리 접시가 있었다. 이 CTO가 꺼낸 페트리 접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맨눈으로는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없던 동물세포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막 증식을 시작한 한우 세포입니다.”

배양육을 만들 수 있는 세포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씨위드는 근육 위성세포를 추출해 배양육을 만들고 있다. 근육 위성세포는 체내에서 골격근에 상처가 났을 때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오직 근조직으로만 분화한다. 세포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세포외기질이나 콜라겐 등을 합성하는 섬유아세포나, 줄기세포 등 다른 세포를 배양에 이용하는 기업도 많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의 퓨처 미트는 배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돌연변이가 발생해 불멸화된 섬유아세포를 사용한다. 퓨처 미트는 섬유아세포를 지방세포로 교차분화(분화가 끝난 세포를 다른 종류의 세포로 전환해 배양)시키고 있다. 근육세포로 교차분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