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울나라 교육현실 : 니들은 생각하지 마, 시키는 것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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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of Puppets. 메탈리카(Metallica) 3집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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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행여나 해서 붙여둔다. 아래 글은 기술(技術)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기술만을 강조한 교육을 비판한 것이다. 일단 나 자신이 기술자이거니와, 나아가 기술/기능이 안되면 창작도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speciality와 generality 모두를 중요시 여긴다고나 할까.

</aside>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원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근대 교육의 시발점이 소위 전인교육(全人敎育)이 아니라 일시키기 편하게 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근본적으로 피교육자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자를 위한 교육, 즉 지배자를 위한 교육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주요 교육 과목은 자아성찰, 자연/체제 이해, 가치관 확립 등의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먼 '기술(技術)'이 되었겠고.

두말할 나위 없이 상당히 음모론스러운 주장이다.

당시 이 이야길 들었을 때 그런가부다하고 걍 넘어갔는데, 오늘 프랑스 고딩 졸업 시험 - 대입 자격 시험이란 바칼로레아의 문제를 접했을 때 위 논리가 확연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울나라 교육 현실이 그 즉시 떠올랐다.

생각하는 법이 아닌 외우는 법을 요구하는 꼴이 되어버린 현 울나라 교육 현황 -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의 성격을 염두해두면서 아래 바칼로레아 문제를 보자.

한눈에 봐도 이는 국, 영, 수가 아니라, 철학 문제이다. 게다가 객관식은 오간데 없고 전부 서술형으로, 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논리를 펴야 하는 문제이다. 단편 지식만으론 택도 없는 것은 당연하며, 단기/속성 교육 과정, 소위 주입식 교육으론 도저히 답이 나올 수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시험이라는 속성 상 시험 시간 내에 새로이 고안해낼 수도 없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가치관의 자연스러운 서술을 통해서만 풀이가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질문은 자의이건 타의이건 이 세상을 사는 데 끊임없이 부딛히게 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행복한 인생을 위한 핵심 질문으로 언젠가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상기 문제에서 보인 각 주제/용어의 사전 이해를 바탕으로 수험자의 생각을 묻는 문제이며, 이는 피교육자의 사고력을 증진시키겠다는, 궁극적으로는 피교육자 자신을 위한 인생 교육 목표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뜻이다. 교육 목표가 실제 무엇이 됐건, 적어도 단편 사고의 '기술자'를 키우겠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반면, 울나라 교육 현실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수 만 놓고 보자. 서두의 논리를 강조하여 해석해보자면, 국어 - 일 시키기 위한 소통 수단, 문서 작성용 / 영어 - 기술 대부분이 외국에서 왔으니 / 수학 - 기술의 기반 언어가 수학인걸 . 물론, 이들 과목은 사고를 위한 핵심 도구란 점, 충분히 인정한다. 그럼 이들 과목을 기반으로 종합적 사고를 키우는 이렇다 할 과목, 프랙티스는 어디에?

이를 위한 대표 과목인 철학 - 매우 낮은 비중의 '윤리/도덕'이란 '속성 완결 - 단순 암기과목'의 하위 챕터로 밀려난다. 이즈음 되니, 말이 좋아 철학이지, 이론명 암기 - 해당 철학자 매핑 정도 이루면 성공이다. 게다가 철학의 주요 받침이자 인생 선배의 교훈 덩어리인, 인생살이의 핵심 기반인 '정체성 확립'을 이루게하는 '역사'는? 어느새 '선택' 과목. 하다못해 나 중고딩 시절만해도 역사는 필수 과목이었다(이 부분은 욕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다. 썅 개 코미디). 위에서 논하는 과학, 정치, 권리 등은... 이를 통합할 철학이 그 모양이니 별 수 없다. 걍 각개 격파 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