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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훌륭하다고 하는 예술품을 보고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감수성이 부족한가보다.' '내가 교양이 부족해서 그렇지 뭐'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품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면, 많은 경우 감동을 느낄 수 없는 맥락에서 예술품을 소개한 미술관에 있다고 말한다. 많은 미술관들이 시대별, 작가별, 화풍 별로 미술들을 소개하고 가치를 부여하지만, 이는 학술적으로만 의미있는 접근이고, 미술을 통해 감동과 치유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접근 일 수 있다. 미술을 통해 감동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그 그림이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누가 소유했다가 어디로 약탈 당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보다는 그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그림이 어떤 이야기와 정서를 담고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품들을 재배치한 가상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 미술관에서는 작품의 시대와 작가를 기준으로 예술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미술품들이 현대인 개개인의 어떤 감정과 정서에 호소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책은 그저 이러한 미술관을 제안하는데 끝나지 않고, 직접 이러한 미술관이 되어서 이런 종류의 배치가 얼마나 영횬을 치유하는데 효율적인지를 입체적으로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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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펴낸 『영혼의 미술관』 은 매우 크고 두껍다. 왜냐하면 아주 많은 미술품들을 최대한 크고 적절하게 배치하고, 또 각 미술품들의 색감이 손실되지 않도록 신경쓴 고급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의 재질 선정과 편집등은 독자가 미술품에 최대한 오래 시선을 두어 충분히 음미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영혼의 미술관』은 어디까지나 "책"이라는 포맷으로 나온 작품이고, 많은 사람들이 "책"은 "텍스트"가 중심이고 그림은 그 텍스트의 보조자료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텍스트를 메인으로 이 책을 감상한 사람들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했던 감동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특히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텍스트는 결국 각 작품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개인적 해석들인데, 이러한 해석들은 대단히 주관적이어서 독자의 직관과 상충하는 부분도 적지 않게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충돌들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책을 덮었다면, 부디 다시 한 번 책을 열고 그림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책을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했을 때 옆에 곁가지로 딸린 작가의 감상은, 마치 함께 미술관에 놀러 온 교양있는 친구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처럼 들리게 될 것이다. 혼자서 어떤 작품에 빠져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눌 친구가 있는 경우에 우리는 종종 더 높은 차원의 감상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