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1

서찬휘(SEO ChanHwe)

격조했습니다. 소셜 쪽에 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거진 15년 가량을 블로그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애초에 블로그도 이글루스에서 활동하다가 네이버도 열고 이글루스를 접었던 거고, 그나마도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다가 트위터도 접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만 하던 차였습니다. 원래 심드렁해지면 옮기게 마련인데, 글을 짧고 편하게 쓰니 속내가 너무 고스란히 드러나다가 이제는 그나마도 안 드러내야겠구나 하는 심정이 들더군요. 속은 끓고 있는데 드러내면 곤란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런 때고, 사람들도 저에게서 그런 걸 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던 차에 네이버 블로그에 자꾸 스팸만 끼고 그러길래 방치해두자니 아깝고(진심) 애드포스트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깝고(이 또한 진심) 해서.

그냥 싹 다 없애고 다시 들어와 봤습니다. 마음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만화 창작자로도 데뷔했고요. 만화 칼럼니스트 일은 계속하고 있고, 대학과 각종 공적 교육 기관에서 선생 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뇌전증 환자가 되어서 안 쓰러지려고 약 먹고 살고 있고, 책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영상과 교안으로 상도 받았네요. 딸은 그 사이에 훌쩍 자라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2023년 현재도 네트워크와 현실과 종이 위를 부유하며 살고 있습니다.

글이 참 안 써지는 2년여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뇌전증으로 쓰러진 이후 몸을 사리고 있는데, 문제는 조금만 무리를 할라 치면 몸이 잠을 요구한단 점입니다. 안 자면 너 죽어, 라는 느낌으로 졸음을 몰고 옵니다. 약도 약입니다만, 그래서 잠귀신이라 불리던 제가 요즘은 새벽까지 일을 할 때는 있어도 완전히 새질 못합니다. 즉 오롯이 글에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변명이죠.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이랍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이나마 기세를 붙여 보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시면 책이라는 결과물로 하나하나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