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1.wp.com/image.aladin.co.kr/product/8652/37/cover/8960869732_1.jpg?w=640

유전학의 태동부터 현대 과학이 알고 있는 유전학의 내용까지를 다루는 책. 단순히 현재의 지식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현재의 지식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어서 매우 좋다. 저자가 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던데 지식 전달 방식이 대단히 교육적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수학도 어떠한 것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함께 알려준다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사람들이 배울 수 있을거라 믿는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지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단히 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꼭대기에 있는 것만 보니 그게 잘 이해가 될리가 있나. 그러니 무작정 암기만 하는거지.

다시 책 얘기로 돌아오면 이 책은 단순히 지식 전달 방식만 좋은게 아니라 내용 자체도 매우 훌륭한데, ‘유전자 = DNA’ 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어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유전자를 DNA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을 단순화 한 것[1]이고, 현실에서 유전이란 그 사이를 분명히 나눌 수 없는 과정의 연속이며 –파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파도인지 알 수 없지만 파도는 실재하는 것이다–, 그 작은 생명의 시작 부분에서도 복잡성의 원리가 겹겹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슈레딩거의 예측은 부분적으로만 옳았다. 생명은 기계처럼 동작하지 않는다.

나는 이 우주를 지배하는 3가지 원리가 엔트로피, 자기조직화, 자연선택이라고 믿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믿음이 더 확고해졌음. 대단히 훌륭하고 놀라운 책이다. 생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쯤 읽어봐야 할 책.


[1]: DNA는 그저 백과사전일 뿐이다. 똑같은 책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감동 받는 지점이 다르듯이 인간은 침팬지와 99%, 바나나와 60%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DNA의 어느 부분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되고 침팬지가 되고, 바나나가 된다. 우리 몸의 세포도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DNA의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머리카락이 되고, 손톱이 되고, 간세포가 된다. 또한 DNA에는 기록되지 않은 훨씬 많은 영역이 생명 현상에는 존재한다. 더불어 세대를 거쳐 내려가는 정보가 DNA 말고도 꽤 많다. 우리는 그저 DNA를 운반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수많은 세포들이 자기조직화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창발적인 현상이다. 마치 개개인이 모이고 조직화하여 국가라는 실체를 만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