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티월드
최근 들어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하던 내가 요즘 차를 자주 마시게 된 것을 보면 그 기사가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차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내가 애정하는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쌉싸름하고 고소한 차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차?? 그거 쓰기만한데 왜 좋아해??
과거의 나에게 아는 차에 대해 한 번 말해보라고 한다면 녹차, 보리차, 현미차, 옥수수 수염차, 홍차 뭐 그 정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네?🙄)로 말할 만큼 나도 차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있어 차는 뜨겁고 씁쓸하거나 고소한 맛이 나는 물?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커피도 바디감이 무겁고 고소한 원두보다 산미가 강하고 꽃이나 베리향 원두들을 좋아해서 더욱이 차를 잘 마시지 않았다.
그런 내가 차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홍차의 나라' 영국으로 여행 갔을 때다. 영국은 English Breakfast라는 티가 있을만큼 차로 유명한 곳이자 하루에 7~8잔은 기본으로 마실 만큼 홍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이유는 맛이 있어서라기 보단 석회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포시 해본다.) 아무튼, 나는 런던에 5일 정도 머물렀는데 둘째날, 친구 따라 'Wittard' 라는 매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와! 들어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서식품의 네모낳고 노란 티 박스와 달리 알록달록 예쁘고 감각적인 티 케이스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넋놓고 티 케이스에 빠져 구경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종이컵을 들고 왔다. 무슨 차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친구가 건내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응???? 뭐야 이거??? 오! 맛있어!" "이거? 이거 그린티" "??? 응? 이게 녹차야?"
녹차라고? 내가 아는 녹차는 이 맛이 아닌데?? 밑에 진열되어있던 케이스를 집었다. "Mango & Bergamot flavoured green tea" 정말 그린티, 녹차가 맞았다. ‘이런 달달하고 맛있는 녹차도 있네?’ 처음 알게 되었고, 차를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않던 나였지만 뭐에 홀린듯 두 종류의 차를 손에 쥐고 매장을 나왔다.
Tea Bar? 티가 코스로 나온다고?
그렇게 차에도 다양한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왜인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그렇게 차를 자주 마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같이 여행을 했던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우리 여기 갈래?"
친구가 가자고 한 곳은 티가 코스로 나오는 Tea Bar. 칵테일 바도 아니고 티 바? 게다가... 코스??? 이런 곳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참 신기할 일이지만, 그 전에 Tea Bar 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봐서 어떤 곳일지 너무 궁금했기에 당장 가자고 했다. 친구는 당장은 불가능하고...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일단 날짜를 맞추고 예약부터 했다. 그렇게 19년도 어느 가을, 우리는 처음 Tea Bar 라는 곳을 가 보았다.
'차'에 이야기를 담다.
이곳의 이름은 알디프. 알디프라는 이름은 데미안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알디프는 타로, 웹드라마, 음악, 책, 요가 등 다양한 콘텐츠와 콜라보를 하여 계절마다 테마를 다르게 해서 티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난 총 두번 방문했는데, 처음 방문했던 19년도 가을 시즌에는 ’다독다독 책을 읽는 마음’ 이라는 컨셉으로 여성작가 5명의 책에서 영감을 받은 5가지의 차가 제공되었고, 그 다음 시즌에는 웹 드라마 ‘75도씨, 크거나 같거나’ 에서 영감을 받은 5가지의 차가 제공되었다. 제일 첫 잔은 티마스터가 날씨와 시간을 고려하여 선정한 스트레이트 티가 웰컴티로 제공되고, 두번째 잔부터 해당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영감을 받은 티가 순차적으로 제공된다.

알디프 티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닌, 오감을 이용해 차를 경험하는 체험형 콘텐츠라는 것이다. 티 마스터는 테마 콘텐츠의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제조 비하인드와 함께 티 베리에이션에 대해 설명한다. 귀로는 티 마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로 베이스 원료의 향을 맡는다. 그러는 동시에 눈으로는 티를 제조하는 과정을 본다. 보라, 파랑, 초록, 주황... 차의 색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나는 이 곳에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완성된 티를 마신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마시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고 맛있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티는 ‘미드나잇 스노우’ 였는데, 잔의 가장자리에 슈가 파우더를 리밍하여 차를 마실 때 정말로 눈을 밟을 때의 뽀독뽀독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차와 함께 티의 분위기, 카페인 함량, 테마곡 등 간단한 설명이 들어간 티 카드도 함께 나눠주는데 티 카드를 모으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제일 좋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이 코스의 티 메뉴들이 2016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단 한 번도 중복된 적 없는 한정 메뉴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번 방문해도 지루하지 않지 않지만, 이 시즌이 지나면 마실 수 없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Aldif더 많은 이야기들... (알디프에선 향수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내가 마셨던 티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다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여러분들도 한 번 가 보시길 바라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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