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상황이 꼭 그렇다는건 아니다. 이직을 준비하며 자신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번아웃이 온 것도아니고, 그냥 꾸준히 하면 되겠거니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했다. 라는 책의 서두는 많은 공감대를 일으킨다. 꼭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완료형이더라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진행형인것도 포함되어 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을 한다.

예스맨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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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

젊었을적에는 거리에서 여러 구호단체, 사이비종교들에게 잡혀서 수 시간씩 얘기를 들은적도 많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치를 많이 보고 배려아닌 배려를 하곤 한다.

집앞으로 찾아온 교회 아주머니들이 하는 얘기와 잠깐만 보면 된다고하는 종교 홍보 영상을 불편한자세로 서서 40분씩 보면서도 중간에 끊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거리면서 다 보고는 한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최근에도 이런 내 성격으로 인해 라이프사이클이 좀 엉망이 되었다.

과거에는 와우 지금은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이 그렇다. 사실 나는 쉽게 질리는 편이기에 게임을 하면 금새 질려서 맛만보고 삭제하는 편이다. 특히, 내가 노가다 혹은 고생하는 비용대비 성장율이 저조해지는 고렙구간이 되면, 이 무의미한 사냥 혹은 노가다를 어째서 해야하는가 고민하다가 자고일어나자마자 삭제하는 편인데, 예전 대학원을 끝내고 나와 잠깐 시작했던 와우내에서 동갑내기 친구들을 알게되며 이런 찍먹만 하는 내 게임라이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겨운 구간이나 슬슬 질리는 타이밍이 되어도, 같이 대화하면서 게임을하고 그 당시 그 친구들 역시 모두 취준생이나 프로게이머등을 준비하는 친구들이기에 몇날 몇일 잠도안자면서 게임을하곤 했는데, 여기서도 나는 그만 쉬고싶거나 이제 슬슬 끄고싶은데, 분위기가 너무 좋고, 다들 신나하는 분위기라 눈치만보다가, 몇시간이고 힘들어하면서 같이 게임을 했었다.

평소같으면 삭제를 하거나 껐을 타이밍에도 이 분위기에서 차마 나 그만할게, 혹은 이제그만 끄고 자러간다~, 공부하러간다~ 와 같은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다른 친구가 나간다고하면 그럼 나도~ 이러면서 나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