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wift 행사는 언제나 설레입니다. 멋진 세션들이 가득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지난 행사에서 아쉬웠던 점들이 멋지게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특히 3년만에 다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주최하시는 분들께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해주셔서 이런 개선을 이끌어내신 부분들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성

아마 국내 iOS 컨퍼런스를 얼마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셨을 겁니다. 매년 컨퍼런스가 바뀌지만…대부분 비슷한 분들이 언제나 발표를 하시고, 심지어는 그 컨퍼런스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거의 비슷했던 경향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꾸준히 지식공유를 해주시는 분들은 너무나 귀하고 또 실제로도 귀한 지식을 공유받은 측면도 있지만, 커뮤니티가 지속가능하고 확장되기 위해선 더 다양한 사람들이 더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하고 그에 따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청중으로 참여하게 되는 순환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었던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어려운 고민을 Let’s Swift 운영진께서 치열하게 해주셔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낯선 얼굴과 낯선 주제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업가의 시각에서 개발을 바라보기, tvOS에 대한 이야기, PencilKit에 대한 이야기, 주니어 개발자의 취업기, 문서 작성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개발자의 시야를 확장 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표의 주제 뿐만 아니라, 발표자들의 구성도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특히 발표에 참여해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연차 발표자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Let’sSwift 운영진분들이 깊이 고민해주셨다고 느낀 부분인데, 사실 발표 경험이 없는 인원들의 발표 비중이 크게 되면, 행사의 질이 떨어질 것을 걱정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행사에 “기존에 발표 경험이 많은 인원들이 Supporter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롭게 발표하는 인원들의 발표를 도와주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행사의 다양성과 질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Pencilkit과 관련 알고리듬을 주제로 발표하신 이해석님의 발표의 경우, 개발 발표에 대한 제 기존 인식을 상당히 깨뜨린 발표였습니다. 저는 대규모 청중발표에서 코드나 알고리즘이 들어간 발표는 거의 대부분 따라가기 어렵거나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석님의 발표는 일정한 톤으로,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코드/알고리즘/수학 을 다루면서도 이해가 쏙쏙 되면서 몰입이 제대로 되는 신기한 발표였습니다. 이것이 해석님의 첫 발표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는데, 행사를 준비하면서 신연화님께서 꾸준히 발표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주시면서 개선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의미로 또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서로간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표를 완성한다는 것은 … 제가 혼자서 발표를 완성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의 몇 배가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그렇게 완성도 높은 발표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주신 많은 발표자-서포터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또 발표자들의 성비도 점점 개선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14 분 중 4분이 여성분들의 발표였으니까요. 2019년의 행사에서의 23명 중 2명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체감상으로는, 발표자분들의 성비 뿐 아니라, 청중의 성비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 목표 중 하나가 최소 3명 이상의 여성 개발자분들과 대화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도 너무나 쉽게 그 목표를 달성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50:50 이라는 이상향에 비해서는 갈길이 멀지만, 그 방향으로 커뮤니티가 분명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남

오랜만의 오프라인 컨퍼런스에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사실 “만남”이 컨퍼런스 참여의 제일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컨퍼런스 시간 절반은 일부러 밖에서 서성였지요.

특히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만남의 광장에서 “함께 점심 먹을 분!” 하고 외쳤더니, 그 즉시 옆에 계시던 분들과 함께 점심식사 파티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플리토에서 함께 일했던 호연님, 이번에 새롭게 만나게 된 김다은님 김부성님 등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명함을 붙여놓도록 한 곳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명함을 붙여놓도록 한 곳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따로 시간을 할애해 “네트워킹 시간”을 따로 만들고 기획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덕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새로운 분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사람들별로 랜덤으로 SWIFT의 철자를 이루는 작은 스티커를 하나씩 받게 되고, 서로 다른 스티커를 가진 5명을 모아 SWIFT를 모아오면 작은 경품을 받는 종류의 이벤트였는데, 정말 멋진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서로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iOS개발자 컨퍼런스가 좋은 점은, 거기에 모인 누구에게든 선뜻 말을 걸기가 편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어보여도,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서 뭘 하는 누구입니다.” 라고 말을 걸고, “당신은 무슨 앱을 만드나요?”라는 마법의 질문을 던지면 거의 100% 누구하고도 즐거운 대화를 시작 할 수 있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이번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사람에게 한 번도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면, 다음 컨퍼런스에서는 꼭 용기를 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을 때 잃을 것은 하나도 없는 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답니다.

마치며

멋진 컨퍼런스를 준비해주신 Let’s Swift 주최측과 발표를 준비해주신 스피커와 서포터분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나 많은 빚을 지고고 있다고 생각하고, 갚을 기회가 있을 때 조금씩 갚아 나가야겠어요. 내년에도 멋진 컨퍼런스가 열리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