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진주문고 하동점 '하동책방' 개업책방 열기 충분했던 '세 사람' 인연"지역 밝히고 어른 키우는 공간 되길"

38년간 진주에서 자리를 지켜온 (주)진주문고가 하동에 책방을 냈다. 진주문고 하동점인 '하동책방'은 지난 27일 처음 문을 열었다. 진주문고 여태훈(62) 대표, 책방지기로 일할 강성호(62) 씨,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를 이끄는 조문환(61) 대표가 머리를 맞대며 협업한 결과다.  지난 29일 방문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네느라 여념 없던 하동책방을 찾았다.

하동책방 개업식 날 세 사람. 왼쪽부터 놀루와(협) 조문환 대표,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강성호 하동책방지기./하동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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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롭게 문을 연 진주문고 하동점 '하동책방'이 들어선 하동 악양생활문화센터. 옛 축지 초등학교./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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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생활문화센터 입구에 세워진 진주문고 하동점 '하동책방' 입간판./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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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러진 삼박자 = 하동책방은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의 오랜 꿈이다. 진주에서 38년간 서점을 운영한 그는 책방이란 태생적으로 공공재라는 것을 의식해왔다. 부가가치세법 제12조를 보면 책은 부가세 면세 대상이다. 또, 국가에서 세금으로 책의 집인 도서관을 꾸리는 현상 등이 '책과 책방은 공공재'라는 여대표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 언젠가 고향 하동에도 마을 공공재로 역할하는 책방을 열겠다는 갈망을 품었다.

공간을 꾸려도 공간을 지킬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다행히 여태훈 대표에겐 벗 강성호 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하동에서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학창시절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당시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외국어학과에 들어간 강 씨는 1988년 10월 여태훈 대표를 다시 마주쳤다. 여대표는 진주문고 전신인 책마을 서점을 운영 중이었다. 여 대표는 강 씨에게 "선생 되겠단 사람이 이것도 안 읽어봤느냐"며 파울로 프레이리가 쓴 책 <페다고지>를 건넸다. 책에 감명받은 강 씨는 그때부터 1989년 2월까지 책마을 서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해 그는 교사로 임용됐다. 이젠 긴 교직 생활을 마친 그는 은퇴 후 귀농을 준비했는데, 마침 여 대표가 하동책방에 대한 이야기 내놓았다. 그는  책방지기로 일하는 삶을 맞이하기로 결정했다.

27일 하동책방 개업식 날 방문한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하동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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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전신 책마을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두 사람. 왼쪽부터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강성호 하동책방지기./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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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지킬 사람이 있어도 공간 자체가 없으면 소용없다. 여대표와 20년간 알고 지낸 조문환 대표가 공간을 제공했다. 바로 악양생활문화센터다. 이곳은 1950년부터 1999년까지 축지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길렀다. 폐교후 2017년에 문화체육부관광부와 하동군이 힘 합쳐 악양생활문화센터로 단장했다. 그간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가 애정있게 공간을 관리하다, 지난해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협)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조 대표는 하동에서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를 운영하며, 마을 협력가 겸 작가로 활동 중이다. 놀루와는 지역·주민·공동체를 지향하며 마을을 문화로 활성화 하는 일을 전개하고 있다. 이 움직임 중 하나로 하동책방을 받아들였다. 이렇듯 세 사람 인연은 '하동책방'을 실현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른을 키우는 공간 = 세 사람은 옛 축지초등학교에 들어선 하동책방이 이젠 어른을 성장시키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강성호 씨는 입구에 세워진 공덕비와 소녀상을 찬찬히 살펴봤다. 공덕비엔 학교를 세우고자 땅을 기증해준 마을 사람들 공이 기록돼 있다. 그 뒤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 소녀상이 있다. 강 씨는 앞으로 하동책방은 공덕비와 소녀상이 세워진 그 뜻에 포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하동책방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며 지역 문화를 키우는 터전이 돼야 한다.

축지 초등학교 문을 연 당시 세워진 책 읽는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는 강성호 하동책방지기./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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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앙 27일 하동책방 개업식날 우연히 들른 축지초교 졸업생 공성준(82) 어르신. 왼쪽에 강성호 하동책방지기, 오른쪽엔 공 어르신 부인이 서있다./하동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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