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일기도 얼마든지 책이 될 수 있어요”

나만의 책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지만, 현생에 지쳐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 옆의 동료는 이 바쁜 하루를 쪼개서 독립출판까지 했다고 하네요. 어떻게 책을 쓰게 됐냐고 물었더니,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고 해요.

개성 강한 해방촌 골목 어귀에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에는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작은 불씨를 지피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꾸준히 책을 세상에 내보내고 있는 강영규 님입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꽤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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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규

‘지금 눈앞의 무엇이든 글감이 될 수 있어요’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독립출판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저 사진이 좋아서 시작한 필름 카메라는 그를 사진집 작가로, 책 만드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필명은 마이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창업해 총 90여 권이 넘는 독립 서적을 출판했다.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독립출판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하며 독립출판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기도 한다.


📚 평범한 직장인이 책방 주인이 되기까지 ****

Q. 은행 일과 카메라 판매, 그러다가 독립 출판 일을 하기까지.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지금의 일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은행원으로 일하면서는 평소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지냈어요. 유일한 취미가 필름 카메라 촬영이었어요. 별다른 보정 없이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순간을 담을 수 있었거든요. 처음엔 소일거리처럼, 은행 일과 병행하며 필름 카메라 판매사업을 시작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보그>에서 일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매거진에 제가 찍은 여행 사진이 실렸어요. 그때가 잡지처럼 종이 냄새가 나는 책에 내 사진을 담은 사진집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죠.

2006년도 당시엔 그저 막연한 꿈으로만 갖고 있다가, 2012년도에 내 돈을 주고 스스로 책을 만들 수 있는 독립 출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상상마당에서 하는 수업을 듣고 사진집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책방까지 운영하게 되었던 거죠.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 이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제 진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Q. <TOGOFOTO>나 <WALK ZINE>처럼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담은 사진집을 출판하셨어요.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책으로 담아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나 습관이 있을까요?

‘기록’으로 ‘기억’하는 습관이요. 기록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사진을 좋아하면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고,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으로 기록할 수 있죠. 우리는 항상 똑같은 하루를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면 매일 똑같은 하루는 없어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을 해두고 기억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내가 하루하루를 제법 다르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낄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책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