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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무력화되지않는다 v02_1.png

2022. 10. 7 (금) - 10. 16 (일)

CoSMo40 1층 메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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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글


밴드 레드 크레욜라(The Red Krayola)는 1967년 발매한 앨범, 《The Parable of Arable Land》에서 <War Sucks>를 발표한다. 빠르게 끊어치는 드럼 비트에 맞춰 ‘War Sucks’ 연신 반복하는 이 노래는 당시 미국에서 발표된 많은 록 음악이 그랬듯, 베트남전에 반대하며 ‘지르는’ 노래였다. 50년 전 거칠게 녹음된 이 노래를 유튜브로 재생해 들으면 ‘저항'의 감각을, 혹은 저항의 ‘기분’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록 음악이 사건이자 혁명이었던 1960년대를 시작으로 록 밴드의 이미지는 시대의 표상이자 패션이었고 이 강력한 유산을 이고 지며 저마다의 ‘스피릿(spirit)’을 가진 채 새로운 밴드들이 결성되었다. 시간차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도 그룹사운드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기의 노랫말을 가지고 ‘말하는 자’가 등장한 셈이다. 검열의 시대를 거쳐 홍대 앞의 무수한 클럽데이를 지나 빼곡하게 변화한 시간을 생략하고 지금, 다시 밴드를 말한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저항감’을 일으키는 정념의 순간은 어렴풋한 기분으로 남았고 플렉스 하는 시대에 ‘정신'을 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정신'이 마음을 진동시키는 몸의 에너지라면 새롭게 밴드를 결성하고, 여전히 밴드를 지속하는 몸의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연 《밴드는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먹고, 자고, 싸우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 합주를 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밴드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기획되었다. 밴드 셋(set)을 노트북 한 대로 화려하게 찍어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땀과 숨을 쌓아 합주를 반복하는 이 ‘비효율성'은 흡사 수공예적 장인의 손, 운동선수의 반복되는 훈련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갖게 한다. 이렇게 ‘육체적'인 예술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지금의 밴드 '정신'이 아닐까?

소규모 공연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팬데믹의 시간은 생존이 생활인 밴드들에게 하루하루를 질문해야 하는 시절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심지어 몇 년 간이나 공연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하나 둘 다시 시작하는 공연들에 안도하며 코스모40은 여섯 팀의 밴드를 초대한다.

‘War’는 ‘Sucks’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 격렬한 생산 노동으로서의 밴드를 지속할 수 있다면 오늘도 밴드는 무력화되지 않을 것이다.

여혜진 (코스모40, 《밴드는 무력화되지 않는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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