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작품의 소재는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결정되고, 경험은 환경에 좌지우된다. 조지 오웰은 2차 세계 대전, 냉전 체제와 같이 이념 간의 싸움이 세계적으로 있던 시대에 활동했다. 그의 일생은 이념 싸움의 한복판에 있었고, 시대적 환경 속에서 <1984>와 <동물 농장>이란 작품이 탄생했다. 사회주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품을 통해 그가 추구한 이념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사회주의는 나쁘다’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고, 많은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한 전체주의는 사실, ‘본질적 의미를 퇴색한 사회주의’이다. 즉, 흔히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본래의 사회주의와 다른 개념이다. <동물 농장>은 사회주의가 등장한 시점부터 퇴색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다루며, 이 과정 속에서 사회주의의 의미가 어떻게 퇴색되는지 엿볼 수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동물들은 인간이 자신이 일한 대가를 모두 뺏어간다는 생각에 봉기를 일으킨다. 결국, 인간은 쫓겨나고, 농장의 이름은 ‘메이저 농장’에서 ‘동물 농장’으로 바뀐다. 즉, 기존 체제에 의심을 갖고, 이 의심이 확신을 갖게 되면서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과 발전은 기존의 것에 대한 의심 속에서 탄생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변화의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혁명은 발전에는 없는 ‘파괴성’과 ‘급진성’이란 속성을 지닌다. 한 순간에 기존 체제를 모두 무너트리고, 빠르게 새로운 체제를 만든다. 인간을 쫓아내고, 인간의 물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도록 약속하고, 동물들끼리 모두 동의하는 계명을 새롭게 작성하는 등 모든 변화가 한 순간에 동물 농장에서 일어난다.

기존 체제를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혁명은 나쁜 것일까? 선과 악, 좋고 나쁨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의도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혁명은 선에 가깝다. 혁명은 기존 체제의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잘못된 부분을 해결하는 게 혁명의 의도다. 조금씩 해결하는 ‘발전’이란 수단도 있지만, 이 수단은 기존 체제를 이루는 원칙과 기반이 모두 옳은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가 거짓일 경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혁명’이다.

사회주의의 의도도 위와 동일하다. 권력과 이로 인한 혜택이 지배층에게만 부여되고, 피지배층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 오히려 일한 사람이 아닌,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게 돌아가는 불평등한 세계. 기존 세계를 향한 의심으로부터 사회주의가 탄생했다. 동물 농장 탄생 후, 동물들은 모두가 동의하는 7계명을 작성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혜택을 얻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렇듯, 동물 농장 초창기에는 피지배층과 지배층이란 개념이 없었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 세계를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나폴레옹은 이전 세계와 마찬가지로,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개념을 다시 부활시켰다. 오히려, 이전보다 지배층의 권력을 더 확실하게 만들었다.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은 혁명을 성공시킬 방법을 앎과 동시에, 이를 막을 방법도 알고 있다. 나폴레옹은 혁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혁명을 일으키지 못할 체제를 만들었다. 작중에서 농장의 이름이 ‘동물 농장’에서 ‘메이저 농장’으로 다시 바뀌는 장면이 마지막이 등장한다. 이는 다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구분되는 세계로 회귀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동물들이 의심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체제를 유지시킨다. 그는 동물의 외면과 내면적 세계에 영향을 가함으로써, 그들이 맹목적인 수용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끔 만들었다. 우선, 폭력에 의한 두려움을 이용했다. 개의 으르렁 소리는 의심을 던지려는 동물들이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부 동물을 공개 처형시켰다.

그 다음으로, 생각의 멈춤을 이용했다. 나폴레옹은 동물 농장이 설립될 당시에 쓴 7계명을 교묘하게 바꿨다. 바뀐 7계명을 본 동물들은 어딘가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 이상함의 정체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또한, 이상함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할 때마다, 스퀼러는 동물들에게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다고 선전하고, 수 많은 양이 “4 다리는 옳고, 2 다리는 나쁘다”라는 맹목적인 외침으로 이를 저지했다. 결국,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생각을 더 깊게 하지 않고, 이상한 것 같지만 잘못된 부분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7계명은 사라지고 나폴레옹이 정한 계명만이 남게 됐다.

<동물 농장>에 담긴 의미는 농장의 이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작중 초반에 ‘메이저 농장’의 기존 체제에 대한 의심 속에서 혁명이 발생하고, ‘동물 농장’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나폴레옹이 집권한 이후, 더 이상 의심이 아닌 무비판적 수용만이 존재하게 됐고, 다시 ‘메이저 농장’으로 이름이 바뀐다. 즉, 현재 체제에 대한 의심이 있어야지 ‘동물 농장’이 되고, 그 의심이 사라지면 다시 ‘메이저 농장’이 된다. 우리는 사회가 꾸준하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 농장>에서 농장의 이름이 ‘메이저 농장’으로 회귀했고, 체제는 지배층에게 더 유리한 구조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결국, 현 사회를 계속 의심해야지, 사회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