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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통째 삼키는 블랙홀 열렸다…삼성도 반도체 구인 비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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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재 가뭄이 극심한데 ‘블랙홀’까지 입을 벌렸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지켜보는 첨단산업계의 현실이다. 이미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도 모자라, 의대가 이공계 우수 인재를 통째로 삼켜버릴 위기가 덮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이 아니라 회사 존속을 고민해야 할 단계”라는 비명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10년 후 미래가 안 보인다는 반응이다. 2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엔 국내 반도체 산업 인력이 5만600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엔 1784명이 부족하다고 집계됐었다. 약 10년 만에 ‘30배의 인력난’이 예고된 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도 지난해 9월 서울대 강연에서 반도체 구인난을 토로하며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 첨단산업 R&D의 핵심 자원을 배출해온 서울대 자연과학·공과대학 석사과정 전공 28개 중 16개는 2023학년도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력 부족의 여러 원인 중 의대 쏠림 현상은 한 부분”이라면서도 “의대에 우리 사회가 쏟는 높은 관심에 비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첨단 산업에 대한 무관심은 기이할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한 이민법 변경’을 언급할 정도로 전 세계가 첨단기술 확보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또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반도체 포함(2.1%)과 제외(1.7%)를 따로 언급할 정도인데,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을 방치하면 성장 동력이 무너질 거라는 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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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1784명 부족’에도 신음, 10년 뒤엔 ‘-5만명’

정부가 다음 달 1일 최대 2000명 안팎으로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 이공계 합격 인원 전부가 의대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서울대 공학·자연과학 계열의 지난해 입학 인원(1795명)이 모두 의대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2028년까지 미래차 산업 기술 인력이 4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AI) 분야 인력은 2027년까지 실제 산업계 수요보다 1만2800명이 부족할 거라는 고용노동부 분석도 나왔다. 의대 선호 현상에 출생률 하락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급 인력 해외 유출까지 더해진 결과다. 현장과 연구를 섭렵한 인력은 이미 구하기 어려운 지 오래다. 업계에선 “국내 대형 반도체업체 공정 담당자조차 현장을 잘 몰라 클린룸에 1년에 1번도 안 들어간다”는 탄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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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이 지난해 9월 서울대에서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전 세계 ‘반도체 인력 확보’ 노력에 한국은 역주행

첨단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인력난은 선진국 대부분이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반도체’ 계획의 최대 걸림돌도 인력난일 정도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제조기지는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 애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 미국 내 6만7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역 협력 프로그램 지원 확대 ^공학·엔지니어링 정원 증대 ^국제 유학생 유치 등을 제언했다. 특히, 공학 석·박사과정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 남도록 이민의 문을 더 열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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