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썸네일-017.jpg

나이 드는 게 늘 즐겁고 신나는 나, 예순 살의 너는 얼마나 더 즐겁고 멋지고 다양한 경험을 했을까 기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뿐, 바라던 대로 꿈꾸던 대로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지금 이 마음 그대로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넌 이미 너무 많은 행운을 갖고 살았으니 말이지.

자식을 위해 사셨지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주신 성실한 부모님 밑애서 태어나 자란 것도 행운, 교육열 들끓는 땅 좁은 나라, 격동의 민주화 시대를 거쳐 기술과 문화의 시대를 질주하는 이 시기에 태어난 것도 행운, 몸치에 운동치여도 웬만해선 아프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큰 행운, 노력하면 곧잘 따라가는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도 행운, 적당히 마음 맞는 짝꿍을 만난 것도 행운, 태어나고 자란 나라 밖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낸 것도 행운, 기술의 발전 덕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지. 이렇게 많은 행운이 쌓여 오늘의 내가, 그리고 예순 살의 너가 있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 어쩌다 산 복권, 단 한번도 당첨된 적 없다고 불평하지 말자고. 우린 이미 너무나 많은 행운에 파묻혀 살고 있으니까 말이지.

예순 살의 너는 바라던 모든 걸 이루었을까? 원하던 걸 경험하고 꿈꾸던 곳을 방문하며 행복하고 가벼운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만 지금 그렇지 않다해도 걱정은 하지 말자. 시간이 걸릴 뿐,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모든 건 결국 이루어졌잖어? 태어날 때부터 잔뜩 갖고 있는 이 많은, 빛나는 행운을 되새겨 봐.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갈 오늘의 나니까, 예순 살의 너니까 조바심내지 말자고.

그래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진다 하니 아래 내용만큼은 좀 진도가 나가주었으면 해.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야. 언젠가 할 일, 한 해라도 빨리 해치우면 그만큼 할 수 있고 누릴게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야.

  1. 서핑은 시작했어? 🏄‍♂️ 🏄‍♀️ 🏄  예전 샌디에고 해변에서 서핑하던 머리 희끗희끗하고 배불뚝이 아저씨를 보면서 다짐했잖어, 지금이라도 서핑 배워서 바다를 즐기는 방법 하나 더 익히겠다고. 저 사람들처럼 희끗희끗한 머리를 쫑하니 올려 묶고 기미낀 얼굴, 처진 몸을 서핑보드 위에 얹아 파도를 느끼겠노라고 생각했었지.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발리에서 서핑 캠프 했었어? 수영도 제대로 배워 깊은 물에서도 편해졌어?
  2. 외국어은 얼마나 늘었어? 원서는 많이 읽었어? 🗣🗣🗣  이제 막 시작한 스페인어는 좀 늘었을까? 깊이 파겠다고 다짐한 영어, 혹시 실력이 뒷걸음친 건 아니겠지? 유엔 공식 언어 6개, 다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몇 개나 시작했고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을까? 예순 살의 너, 바라던 데로 연금술사와 어린왕자, 루쉰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그리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원서로 읽었는지 너무 궁금해.
  3. 글은 여전히 쓰고 있지? 그림도 그리고 말이야. ⌨️🎨✍️  너무 늦게 시작한 글쓰기 그리고 그림 끄적이기. 그렇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며, 꾸준히 글 쓰고 그림 그리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래서 지금 그러고 있긴 한데, 어때? 중간에 그만두진 않았겠지? 이것만큼은 계속 해 왔길 바래. 지금의 이 시간, 그리고 예순 살의 네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그 모든 기억을 글로, 그림으로 남아 있다면 그갓만큼 자랑스러운 건 없을거야. 이왕이면 덕분에 글도 그림도 꽤 늘어서 ‘작가’ 칭호 들으며 살고 있다먼 금상첨화겠지. 함께 힘내 보자고~
  4. 꿈꾸던 트레일은 잘 다녀왔어? 🥾⛰⛺️ 처음 바람은 히말라야 트레일이었지? 그렇지만 꿈만 클 뿐 준비도 마음가짐도 안되어서 계속 미루었잖어. 그러는 중 가고 싶고 걷고 싶은 곳이 계속 생겼지. 몽블랑 트레일은 어땠어?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를 넘나들며 맛본 치즈와 와인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했어? 페루의 미츄파츄도 궁금해. 잉카 트레일은 할 만 했는지, 그리고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던 라마털 케이프는 마음에 드는 걸 찾았는지 알고 싶어.
  5.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도시와 나라에서 살았어? 🧳🛤🚞  예순 살의 너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아침 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이왕이면 너무 복잡한 도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곳, 가까이에 바다와 산이 있어 쉽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너의 매일을 시작하면 좋겠어. 사실 지금 어디에 있건 관계없는지도 몰라. 중요한 건 네가 거쳐온 도시와 나라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사는 거겠지?

쓰다 보니 어쩜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지, 매번 느끼지만 이 욕심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의문이다. 예순 살의 나는 지금처럼 욕심이 많을까, 문득 궁금해졌어.

나이가 들면서 욕심이 좀 줄었읕까? 예순 살의 나, 너는 나이에 맞게 약간은 점잖아졌을까? 욕심은 좀 버려도 되지만 호기심 만큼은 줄지 않았기를 바래. 바라는 건 적게 말하고 대신 배우고 유연하게 생각하려 더 많이 노력하길 바라. 그래서 머리는 채우되 손과 어깨를 비우길, 마음은 열고 생각은 나누길 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길, 그래서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이왕이면 있어 좋은 사람으로 살기를 진심으로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