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추억을 안고 사는 생각 많은 디자이너-하지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그래픽 디자이너 입니다.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인쇄물이나 출력물, 웹이미지 등을 만들어요. 현재는 파이카라는 팀을 만들어 동료와 둘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전에는 아트스트(artst)란 이름을 썼구요.”

파이카나 아트스트 의미가 뭔가요?

“예술가(artist)가 아니고 아트스트(artst)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디자인에 예술을 입히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예술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아티스트를 살짝 바꾼 거죠. 처음엔 이 이름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아티스트 아니냐고 오해를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어린이 같아서 갈수록 맘에 안 들더군요. 파이카는 프랑스 사람이 만든 단위 중 하나입니다. 활자크기를 재는 단위입니다.”

특별히 둘이 팀을 만들어 일하는 이유가 있나요?

“마인드가 잘 맞아요.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과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대규모로 팀을 구성하기는 힘들어요. 현재 파트너는 이전 회사에서 만났는데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오히려 같이 하게 됐습니다. 서로 스타일이 같으면 저는 시각이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의뢰가 들어오면 일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같이 합니다. 초기에 의견 조율하는 과정에서 많이 싸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싸우기도 하는 거죠. 무조건 다 좋다 좋다 하기만 하면 별로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은 따로 없고 각자 맡은 일을 약속한 시간까지 해내면 됩니다. 일단 수입이 발생하면 사업자 통장에 모아놓고 무조건 1/2씩 분배합니다.”

굉장히 특이한 방식이네요. 문제는 없나요?

“요즘은 딱히 없습니다. 처음엔 출퇴근 시간을 정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잘 안 지켜요. 각자 작업 스타일이 있고 각자 일하기 편한 환경과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 남으면 다른 사람 작업도 많이 보러 다녀야 하구요. 서로 의심을 하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옛날 초창기에 한 번은 뭐하고 있을가 궁금해서 전화로 물어본 적도 있었어요. 아차 싶어 후회했습니다. 지금도 후회해요. 저희는 각자 맡은 프로젝트만 완수하면 됩니다. 출근 하든 말든 상관 안 해요. 가끔 그냥 얼굴 보고 밥만 먹자 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해외 워크샵 갈 때는 같이 갑니다. 미안한 마음이 생겨서 일단 같이 간 다음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래도 돈까지 똑같이 나눠 갖는다는 건 엄청난 관계인데요?

“나중에 회계 처리하고 이런 게 머리 아픈 일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같이 나눠 갖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지금은 수입이 좀 안정화 되었나요?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죠. 이제 같이한지 3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싶어요. 이름도 바꾸길 잘 했다 싶구요. 이 방식으로 3년 정도는 더 해보고 싶습니다. 내공을 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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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대를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디자인 자체는 서울 전체를 포괄합니다. 홍대를 맴도는 이유는 이 근방에서 계속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이 편해요. 2002년 연남동에 들어 온 이후로 계속 그랬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명지대 근처로 옮겨갔지만 작업실은 여전히 연남동에 있어요. 아트스트가 2015년 4월에 시작했는데 작업실이 계속 연남동에 있습니다. 서울 왔을 때 처음 살기 시작한 곳이 연남동이라 이곳이 가장 편합니다.”

홍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홍대 지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유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