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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은, 철이 든 순간 부터 우리가 피할 수 없이 마주하고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답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하지만 이 큰 질문도 작게 쪼개 보면, 그 일부는 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정도는 우리는 차츰 차츰 알아 갈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르 알기 어려워하거나, 알았더라도 쉽게 잊어버린다. 영화 『소울』은 이 질문에 대한 오래된 대답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사실 결론적으로 영화 『소울』이 알려주는 삶의 목적은 특별할 것이 없다. 삶에 약간의 지혜만 생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을 내용이다. 아마 영화에 등장하는, 삶의 목적을 오랜 세월 찾기 어려워하던 "22" 조차도, 이론상으로는 어떤 멘토를 통해서든 이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22는 영화의 결론부에 가서야 이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 관객들 역시 새삼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나는 햇살과 바람과 낙엽과 음악을 탁월하게 표현한 영화의 영상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립학교, 지하철, 이발소, 병원, 작은 아파트 어느 곳 하나 지구상의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탈출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어쩐지 그 모든 장소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과장되거나 외곡된 아름다움이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 조금 더 천천히 그 장소들을 살펴보게 될 뿐인데도, 이제껏 눈치채지 못했던 사소한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색빛 학교 교실의 뿌연 먼지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얼마나 포근한지, 어두운 지하철 역사 안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 지하철을 나와서 마주하게 되는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를 영화는 찬찬히 보여준다.

이런 풍경들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매 장면 하나 하나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영상미가 있었기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주며 전달 될 수 있었다고 본다. 22역시 추상적인 공간에서의 이론 학습과 먹을 수 없는 피자를 통해서는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직 그가 지구로 내려와 바람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피자를 목구멍으로 넘겼기 때문에 단순한 진실에 닿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 만으로 전달 할 수 없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매체가 있었을까.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만이 전달 할 수 있는 어떤 울림을 영화 『소울』로 부터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