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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열린 첫 SyncSwift 행사에 참여했다. 여운이 많이 남는 행사였다. 어떤 점들이 좋았는지, 왜 여운이 남았는지 너무 늦기 전에 기록해본다.

포항

포항에서 열린 행사라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허들이 되었겠지만, 오히려 포항에서 열렸기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만큼 포항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도 많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새로운 곳으로 가야하는 걸까.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곳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거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만나야 하지만 닿지 못했던 인연들에 닿았으면 좋겠다.

행사가 열린 포항공대 체인지업 그라운드. 햇살이 비치는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행사가 열린 포항공대 체인지업 그라운드. 햇살이 비치는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모두

개발자들의 행사가 아니라, 애플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행사여서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사실 개발자 행사에 가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세션이 반이 넘는다. 여기서는 반대였다.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들 속에서 각자가 발굴한 귀한 관점들을 공유하는 세션들이 더 많았다. 더 다양한 직군이 함께하는 컨퍼런스였기에 이런 경향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언제나 진짜 중요한 지식은 단순하다. 그 중요한 지식을 발굴하고 깎아내는 것이 어렵다. 이번 행사의 스피커분들 대부분이, 그 어려운 일을 더 열심히 해주셔서,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기획자가 아니어도 개발자가 아니어도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발표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꽤 많은 행사에서 여성 연사를 아예 볼 수 없거나 1~2명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무적이다. 하지만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고 모두 극복하기 어려운 산들이겠지만,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야겠다. 일단 당장 아내에게 내년에 스피커로 지원하라고 해야겠다.

아! 그러고보니 무엇보다, 모두의 행사였기에 아내와 함께 참가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행사를 나만의 추억이 아니라 아내와의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그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아내와 함께 참가한 첫 업계 행사

아내와 함께 참가한 첫 업계 행사

음식

서울에서 행사를 하면, 점심은 각자 먹거나 아는 사람들끼리 먹었다. 컨퍼런스 중에는 세션만 열심히 들었다. 그래서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은 생기지 않았다.

SyncSwift에서는 점심을 제공해줬다. 주변에 식당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함께 점심 먹을 사람들을 찾게 되었다. 운이 좋게 같이 줄을 선 주협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내가 어디가서 주협님과 같은 멋진 디자이너님과 점심을 먹을 수 있었을까! 만약 근처에 점심을 해결 할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개 있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정말 즐거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SyncSwift에서는 AfterParty에서 저녁도 제공했다. 역시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VoiceOver를 어떻게 쉽게 학습하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도 만났고, 아내의 전 회사 CTO분도 만났다. 전 회사에 내가 남긴 레거시와 싸우고 있는 분들도 만났고, 내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분들도 만났다. 정말 너무나 많은 분들을 만났고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