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어볼까 해.
일기를 편하게 훔쳐보는 느낌(?)을 상상해 줘.
2021.08.31
문득, 어느 시의 구절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당연히 외울 리가 없으니 (기억력이 좋지 않다) 인터넷에서 긁어왔다. 아무튼, 내가 이걸 갑자기 떠올린 이유가 무엇이냐면..
누군가 나한테 "심진님" 하고 처음 불러주었던 그 날이 떠올랐다.
언제 정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어떤 날 정했던 닉네임이었다. 나는 내 이름 [한나]가 좋아서, 지금껏 닉네임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심이 담긴 게 정말 좋아" 말하고 다니는 방법 중 하나로 닉네임도 되겠는데? 생각했을 뿐이다. 닉네임이 [진심] 이면 뭔가 재미없어서 거꾸로 뒤집어 [심진]으로 정했을 뿐이었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이름 따라간다고 그 뒤로 진심인 것들을 자주 만났다.
처음 불러주었던 그날, 실제로 닉네임 듣는 게 너무 어색해서 혼날 뻔했다. 그날 하루 나는 심진이었다가, 한나이기도 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부캐를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었는데, 내 이름 석 자로 사는 인생 이외에 다른 인생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세 달이 지난 지금은, 정말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다.
[심진 노트]라는 인스타그램 영감 계정도 열심히 할 생각이 없었다.
본 계정으로도, 블로그로도 충분히 내 생각을 말하고 있었기에 굳이 필요를 못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