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시빈민 예술노동자입니다 - 조정구

인터뷰 날짜 : 2018.12.16

인터뷰 및 정리 : 나동혁 조합원

장소 : 조정구 조합원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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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과거가 궁금한데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흠. 저 어릴 때 동네에서 남들 다 따는 워드2급 자격증을 재수했었거든요. 어머니가 하도 기가차고 약이 오르니까 합격하면 무려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겠다고 그래서 대뜸 칼이 한 자루 갖고 싶다고 했어요. 당시 열넷 미성년자라 진검은 안 되고 결국 가검이었는데, 이듬해 합격 때까지 계속 더 싸고 멋있는 가검 정보를 찾다보니 가검보다도 그 시장 자체가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한 3년 지나고 보니까 도검장인이 되어야겠다 싶은 거예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제대로 공부하려면 일본에 가야겠다 싶은데, 도통 갈 방법을 못 찾고 있다가 동네 복싱체육관 창문에 ‘일본에서 프로데뷔 가능’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무릎을 탁 쳤지요. 이거다 하면서”

아니 저 지역활동을 하게 된 계기나, 홍우주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달라는 건데요?

“기다려 보세요 다 연결 됩니다. 이야기를 이어 가자면 결국 울진으로 칼 만드는 사람을 찾아갔는데 저보고 어리석데요. 칼 만드는 기술은 2, 3년이면 배우지만 필요한 공부는 지금 아니면 못 한다고. 그래서 늦게나마 공부해서 공예과에 들어갔습니다. 1년 다니고 나니까 관심사가 달라져서, 반수로 시각디자인과를 가려 했는데 떨어졌고 입대를 했죠. 군 생활 중에 으레 그렇듯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보니 관심사가 더 다양해졌어요. 복학하고서는 공예디자인, 시각디자인, 만화 뭐 관심 가는 전공은 닥치는 대로 들었어요. 공부할수록 모든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자취하면서 먹고 살기도 해야 되는데 아무 일이나 하지 말고 내 재능으로 벌어 먹어보자 싶어서 벽화, 일러스트, 사진, 거리초상화 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아 이러다 죽겠다 싶을 무렵에 어찌 졸업은 했고, 군대시절부터 써왔던 시나리오로 웹툰을 그려봐야지 싶어서 청주 학교 앞 자취방에 그대로 1년을 더 살자 작정했는데, 간간히 만나서 놀고 일하고 했던 겸조(현 홍우주 조합원)라는 친구 권유로 서울에 왔어요. 저보다 1년 먼저 서울생활을 시작한 친구인데, 그 친구가 살고 있던 ‘우루루’라는 쉐어하우스에 같이 살게 되었죠. 그때 우루루는 성산동에 있었어요.

휴 이제 본격적으로 마포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가요?

“네 그렇죠. 우루루와 함께 살던 시절이 참 좋았어요. 월세도 많이 들지 않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재밌었어요. 해커, 배우, 활동가, 타투이스트 등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재상이 형(홍우주 조합원)은 사회운동을 많이 했는데 세월호 2주기 집회 때 자주 광장에 갔었어요. 같이 막 울고 화내고 그랬는데 그 관심이 이어져 다정한 사무소에서 주최하는 마포로컬리스트컨퍼런스 기획단에도 들어갔어요. 그때 인연으로 다음해 컨퍼런스에도 스텝으로 참여했었는데, 그때 처음 타투도 경험했어요. 이런 재미난 경험 때문에 결국 마포에서 살고 마포에서 활동하고 마포에서 돈도 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은 타투 개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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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도시빈민 예술노동자라고 말합니다. 이게 현재 제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의뢰 들어오는 일은 웬만하면 거의 다 합니다. 그중에 일러스트 외주가 비중이 젤 높지만, 다른 일도 많이 합니다.”

이런 생활이 좋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할 거 같은데요?

“늘 불안하죠. 그런데 그 이상으로 재밌습니다. 직장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이 겪는 사무와 정무 과정에서 받는 모욕이나 스트레스를 전해 듣다 보면, 어휴 저는 팔자 좋은 한량이다 싶어요. 무엇보다 내가 하는 작업 고민들이 회사 고민 대신 해 주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고민이구나 하면서 자위도 탁 하고 그렇습니다.”

현재 생활구조가 지속가능한가요?

“저만 생각하면 현재 벌이로 유지는 가능합니다. 이번 집 보증금 마련할 때는 부모님 도움도 좀 많이 받았는데 그 동안 내 생각만 하며 너무 막 살았다 싶더라구요. 이제 돈도 좀 제대로 벌고 사람구실 해야 부모님한테 면도 서겠다 싶고 그러자면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겠다, 지금처럼 온갖 외주작업으로 그때그때 연명하면서 개인작업도 병행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타투를 하신다고 했는데?

“최근에야 생업으로 삼고 제대로 해 보고 싶어졌어요. 비교적 다른 일들보다 빨리 금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겠다 싶었고, 최근에 다행히 작업공간도 생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