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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여러 사상가들의 논의를 정리한 책. 바람직한 국가의 모습을 논하는 다양한 시각을 유시민 특유의 문장력으로 담아내어 유익하면서 읽기도 좋은 책.

경제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상 경제학자들의 국가론도 함께 다루는 부분이 참 흥미로움. 개인적으로 정치는 경제의 상위 레이어에 있는 문제 –결국 정치란 자원 배분의 문제이다– 라 경제에 대한 논의 없는 정치 논의는 ‘허공에 발차기’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좋았다.

책은 물론 좋았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저자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리해 본다

  1.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너무 단순화된 논의다.

나는 정치적 성향을 진보-보수의 1차원 스펙트럼으로 구분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단순화 시킨 것이라 생각 한다. 적어도 ‘계층주의-평등주의’, ‘집단주의-개인주의’, ‘정부개입-시장자율’ 등와 같은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겹쳐놓고 다차원적으로 보아야 보다 올바른 현실 인식이 가능하다고 생각 한다.

정치적으로 계층주의와 개인주의를 지향 하면서, 경제에 있어서는 정부개입을 지지하는 사람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더불어 이러한 성향은 시간 흐름 속에서 그 성향이 바뀐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1.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이념(이데올로기)이 아니라 이익이다.

국가는 어떤 이념을 기준으로 세워지지 않았으며, 국가가 운영되고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익이다. 여기서 이익이라는 것이 꼭 경제적 이익만 말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인 명예도 그 이익의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사회적인 명예를 취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익이라는 것을 근원까지 파고 들면 ‘에너지’라는 것으로 환원해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익은 당장의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타인이나 사회에 이익이 되는게 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면 행동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타적이라는 것도 그 범위가 다를 뿐 결국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이념을 표방하는 것은 그것이 결국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계층주의적인 이념을 지향하고, 젊은 사람들은 평등주의적인 이념을 지향하게 마련인데, 이는 그것이 각자의 세대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혹, 나이 든 사람이 평등주의를 지향하거나 젊은 사람이 계층주의 이념을 지향한다면 그 사람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자를 타도하는 혁명가가 혁명에 성공한 뒤 또 다른 독재자가 되는 것이나, 정치적으로 극단이라 할 수 있는 극좌와 극우 모두 독재자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이념이라는 것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