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특 찐 팬이다.

리얼 다큐, 백쪼의 호수, 레전드 짤을 찾아서, 숨듣명에 이어 컴눈명까지 매주 목요일 5시만 기다리며 새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바로 챙겨보고 있다.

문명특급이 아주 아주 핫해지기 전부터 봐오던 구독자로서 문명특급이 잘 되어서 너무 좋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의 문명특급만의 색을 약간 잃어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일반인이 나오는 영상이 조회수와 화제성이 덜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반인들이 나올 때가 더 재미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문특을 예전부터 시청했던 구독자(문명인)들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올해 초, 재재님께서 예전 문명특급이 그립다 라는 문명인들의 피드백을 발판 삼아 2021년도 문명특급은 초심 찾기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헙🤭)

https://youtu.be/ObfrutdbCqg?t=46

https://www.youtube.com/watch?v=gla6gycLUh8&list=PLkThElh7vLrWIdKXNCatQs-HD99kKhp9f&index=6

^ 진짜 재미있게 봤던 일반인 에피소드들 (풀피리로 삐리빠빠 불 때랑 ㅡㅡ;; 따라 하실 때 진짜 오열😭😭😭)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월요일에도 영상이 올라온다는 공지와 함께 월요일에 올라올 티저가 떴다. 정말 오랜만에 일반인이 나오는 영상이었는데 랄랄님의 흑역사대회(?)에서 졸업사진 짤으로 유명해지신 분이 나왔다. 헛 그 분이 직접 나오시다니...!

월요일 5시를 기다리고 기다려서 몰래.. 회사에서 PIP 모드로 봤다👀 사실 모든 문특 영상은 그렇지만, 몰래 보면 안 된다... 너무 재밌어서 진짜 웃음을 참다 참다가 (거의 혼자 책상에 코 박았음) 결국 중간에 멈추고 퇴근하는 길 버스 안에서 봤다. 집에서 봤어야 했나.. sweat dreaming에 진짜 터졌음 또 오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진짜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듯.

https://youtu.be/bpWvUM-3QxI

그렇게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웃으면서 봤는데 영상의 중반으로 갈수록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졸업사진은 중2병이네, 단순히 웃기다 하고 그냥 넘어갈 사진이 아니었다. 애린님(졸업사진 짤의 주인공)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에서 왕따를 당하셨다고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이제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왕따 주동자와 같은 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주동자가 안 좋은 루머를 퍼트려서 힘든 중학생 시절을 보내셨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방치하듯 앞머리를 자르지 않았고, 졸업사진은 찍기 싫어서 눈을 감고 찍으셨다고.

졸업사진과 함께 그 때 썼던 일기 내용을 공유해 주셨는데 그 긴 시간을 힘들었을 애린님의 마음이 필터없이 담겨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학생 땐 친한 친구랑 잠깐 틀어지기만 해도 지옥인데...

그럼에도 과거는 과거일 뿐 과거의 이야기는 가볍게 웃음거리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다,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졸업사진을 공개했다는 애린님의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멋있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재재님과 함께 활짝 웃는 모습으로 졸업사진을 다시 찍는 장면을 끝으로 에피소드가 마무리 되었다... 완벽.

진짜 이 에피소드에서 정말 재재님의 진행력과 문명특급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재재님은 진지하게 애린님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었고, 본인 탓이 아니라 가해자들 탓이라고 보고 있으면 창피한 줄 알라며 정확히 짚어줬다. 그리고 보통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 슬프게 혹은 안쓰럽게(?) 비춰질 수 있는 잔잔하고 슬픈 BGM이 나오는데 문특 제작진은 음악이나 효과음 없이 덤덤하게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는 애린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시청자들이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경음악을 배제한 것을 보고 제작진이 사연에 정말 진심으로 접근하고 사연자를 배려해서 촬영과 편집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초기 문특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영상을 보는 내내 너무 좋았고(문명특급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임), 정말 윤여정 선생님에 이은 또 하나의 레전드 에피소드가 나왔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