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984'는 1900년대 중반 전체주의라는 훨씬 더 크고 심오하고 넓은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딱히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인 내게 이 소설은 읽는 내내 '회사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오브라이언이 윈스턴 스미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상사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았고, 윈스턴 스미스가 사는 세상에서의 '이중사고'나 '죄중단' 같은 개념은 윈스턴 스미스가 당원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이었던 것처럼 회사생활을 잘 하기 위해 회사원이 갖추어야 하고 또 습득해야 할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우리의 회사 생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이 많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신입 때는 패기가 넘친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대들어 봤자 결국 나만 손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그렇게 연차가 쌓여 가다 보면 결국 윗 사람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내가 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난 해외영업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의 업무는 통상 PM(Product Manager)이라고 불리는, 해외 담당 법인의 판매 실적을 챙기는 업무이다.
나는 본사의 목표를 법인에 가이드하고, 법인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 영업을 하는데, 문제는 항상 본사의 목표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지 법인의 세일즈 담당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결정된다. 따라서 그들은 본사에서 할당하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입장을 모두 이해해 주기에는 본사에서의 목표에 대한 압박이 너무 크다.
(죄중단)
왜 본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설정하고 또 달성하라고 하는 거지? 윗사람들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목표를 만든 거지? 본사와 법인 사이의 중간에서 일을 하며 오만가지 생각들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1984에 나오는 '죄중단' 이라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