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여로는 김유림에게 다음날 답신을 보냈다.

유림 님께

관계자이지만 동시에 신뢰할 수밖에 없는 분께 이런 말씀을 들으니 저또한 그 물결에 휩싸여버렸네요. 회고하듯 말씀 드리기 시작하면 왠지 끝나 버릴 것 같은 기분이라, 한달만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나일선의 만부판매설에 힘입어 이 책이 독자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또 분명한 목표이니ㅎㅎ. 저는 뒤늦게 지금 판본으로 다시 가본 1부를 인쇄 맡겼습니다. 모니터 상으로는 더 컴팩트하게 보이는데, 지난 가본에서도 실물은 또 많이 다르게 나타나서요. 지난 미팅 전에 새 판본으로 가본을 만들어 가져갔어야 하는데 여전히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많네요. 여하간 다른 분들과도 최종 결정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이면 본 인쇄에 들어갑니다. 여러분의 기름칠이 아니었으면 사리분별 못하는 양철 깡통일텐데 감사하고, 저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잘 붙잡고 밀어보겠습니다.

하루 넘긴 11월 18일, 이여로 드림

지난 번 주신 에세이에 대해서도 ‘좋다’고 짧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적절한 답장을 드리지 못 했었는데, 다음달 크리틱-칼에 올라갈 글이 답신처럼 읽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