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탑동에 위치한 코오롱스포츠의 리사이클 매장 솟솟리버스에서 만난 한경애 전무님. 전무님이 입고 있는 옷은 코오롱스포츠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의 제품이에요. /사진제공=코오롱FnC
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거 우리 용사님들은 모두 잘 알고 계시죠? (👉합성섬유 완전 분해 200년 걸려...패스트 패션 폐해 심각) 이에 대한 전세계 지구 용사님들의 비판이 일자 ‘에코 패션’이 각광 받고 있어요. 그것 까진 좋은데... 문제는 진짜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 겉으로만 친환경인 척 하는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행세하는 위장환경주의)’도 판치고 있다는 거에요.
지난 7일 제주시 탑동에 문을 연 코오롱스포츠의 리사이클 매장 솟솟리버스에서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님을 만나고 왔어요. 한 전무님은 코오롱스포츠의 유서깊은 리사이클 브랜드 래코드를 만든 분이자 솟솟리버스를 기획한 분이에요. 코오롱스포츠가 오래 전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건 에디터도 알고 있지만, 기왕 전무님을 만난 김에 확실히 해두고 싶었어요. 코오롱스포츠, 환경에 정말 진심입니까?
Q. 리사이클도 좋지만 의류 재고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량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A. 이미 기획 단계에서 재고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오롱도 1~2년차 제품 판매율이 90%를 넘어갑니다. 저 같은 전문가들은 딱 봐도 안팔릴 제품이 보여요. 그 적중성을 더 높여갈겁니다.
물론 그래도 안팔리는 제품이 나옵니다. 안팔린다고 가격을 내리면 더 안팔리는 악성 재고가 될 뿐이죠. 래코드와 솟솟리버스는 그런 제품을 다시 디자인 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판매하는 건데 반응이 훨씬 좋습니다. 제주 솟솟리버스가 잘 된다면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솟솟리버스를 확장할 계획이에요.
Q. 합성섬유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훌륭하고 저렴하지만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고, 폐기하면 결국 썩기 어려운 쓰레기가 되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선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요?
A.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이런 문제에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를 위해 많은 기술 개발과 더불어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친환경 세탁법 등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해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패션계 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랑스에서는 2025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노력이 함께 이뤄진다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옷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판매한지 10년이 지난 코오롱스포츠 옷도 리셀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될 만큼 정말 튼튼하게 잘 만들었거든요. 저도 우리 제품을 많이 입지만 정말 버릴 일이 없어요. 앞으로도 쉽게 버려질 일이 없는 고품질의 의류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에요.
Q. 친환경을 내건 브랜드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이선 혹시 ‘그린워싱이 아닐까?’ 자꾸만 의심을 품게 돼요. 코오롱 스포츠, 환경에 얼마나 진심인가요?
A. 환경에 대한 인식이 지금만큼 높지 않았던 10년 전에 코오롱 스포츠가 만든 브랜드가 래코드에요. 무려 10년 동안 리사이클 브랜드를 유지해 왔다는 것 자체가 저희의 진심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저희도 그린워싱에 대한 걱정을 해요. 사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해 래코드와 협업을 원한 브랜드들이 역대급으로 많았어요. 우리 브랜드를 통해 그린 워싱을 하려는 업체가 있을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적으로 진짜 친환경적인 비전이 있는 브랜드인지 평가하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을 정도에요. 이렇게 협업을 할 때에도 깐깐하게 한다는 게 환경에 대한 저희의 진심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는 아웃도어 브랜드잖아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만한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야만 잘 팔리는 회사죠. 그러니 저희가 환경을 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친환경적인 해외 브랜드로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를 많이 언급하지만, 저희도 처음 브랜딩을 할 때 ‘환경을 생각해’ 이런 슬로건을 내걸지 않았을 뿐 환경을 위해 걸어온 길은 비슷해요.
래코드가 올해로 10주년이고 코오롱스포츠는 내년 50주년이 돼요. 솟솟리버스는 코오롱스포츠 50주년에 보여줄 앞으로의 그림의 첫 단추 같은 공간이에요. 환경을 지키는 일을 저흰 일시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오랜 준비 끝에 문을 연 솟솟리버스 매장, 직접 와보니 어떠세요?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매장에 가벽을 치고 화려한 장식으로 덧붙이는 작업이 굉장히 많이 해요.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밖에 없는 이 공간을 고객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걱정스러웠죠. 리버스 제품도 과연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솟솟리버스의 공간과 제품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우리를 이해해주는 고객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제일 큰 소득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