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크닉’을 아시는지. “차(車)를 이용해 캠핑하는 ‘차박’처럼 차를 이용해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옛날 사람. 하동을 찾는 2030 MZ 세대 사이에서 차크닉은 ‘차(茶)와 함께하는 피크닉’이란 뜻이다. 벚꽃 명소인 하동은 벚꽃이 질 때쯤이면 녹차를 비롯한 야생차 수확이 시작된다. 절기상 청명(淸明·4월 5일) 이전에 수확하는 ‘명전(明前)’을 시작으로 곡우(穀雨·4월 20일)를 앞두고 수확하는 ‘우전(雨前)’, 입하(立夏·5월 5일) 전 펴지지 않은 잎 ‘세작(細雀)’, 이후 펴진 잎 ‘중작(中雀)’ 수확을 거쳐 6월까지 녹차의 계절이 이어진다.

화개, 악양 등 제다원(製茶園· 차나무 잎으로 음료를 만드는 곳)이 모인 곳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차밭 여행객들이 발걸음하고 있다. 고즈넉한 다원 툇마루에 가부좌 틀고 앉아 차담을 나누고, 다도 체험 키트가 담긴 바구니나 쟁반을 들고 차밭에 들어가 소풍을 즐긴다. ‘하동 다원 도장 깨기’도 유행하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차밭을 마주하고 ‘밭멍’을 때리기도 좋은 계절, 하동으로 떠났다. 오는 5월 4~8일 화개와 악양면 일대에선 ‘하동 야생차 문화 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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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으로 떠나는 소풍

“4월 중순인 지금은 우전을 맛볼 때예요. 지금 녹차 나무를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 사이에 바늘 끄트머리같이 생긴 쪼끄마한 촉(새순)이 올라있는데, 그 촉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탁 벌어질 때 딴 것을 우전이라 부릅니다. 새봄의 기운을 한 잔에 담아 마실 수 있죠.”

화개면 정금리 유로제다의 주인 엄옥주(57)씨가 깔개 위에 찻주전자와 찻잔, 거름망이 가지런히 놓인 다실에서 차를 내려주며 말했다. 소반 위엔 시음할 차 3종이 적힌 메뉴 안내서와 차에 곁들일 다식(茶食), 차나무 씨앗이 담긴 기념 선물이 놓여 있었다. 엄씨는 “예전엔 차에 관심이 많은 4050 중년층이 다도 체험을 위해 많이 찾아왔지만, 코로나 사태 후 최근 1~2년 사이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감각 있는 젊은 층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차뿐 아니라 곁들여 내는 다식, 찻상차림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웃었다. 다식은 옆 동네 악양에서 나는 곶감에 크림치즈와 견과류로 모양을 냈다. 차나무의 고운 향이 느껴지는 녹차부터 여린 찻잎을 발효시켜 낸 홍차, 하동에서 난 쑥과 상황버섯 등을 섞어 발효시킨 ‘삼합차’까지 코스처럼 나온 차와 제법 잘 어울리는 맛이다. 창문 너머 펼쳐지는 마을 뒷산과 방문만 열면 만날 수 있는 차밭 풍경은 덤. 차를 마시는 동안 개울 소리는 배경 음악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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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제다는 ‘놀루와 협동조합’의 ‘다담 인(人) 다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차 생산 농가 5곳 중 한 곳. 다담 인 다실을 기획·진행하는 전윤한 놀루와 PD는 “반가운 손님이 오면 차 한잔 내어주며 차담을 즐기는 하동 농가 고유의 ‘다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동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20~30대가 즐겨 찾는다. 전 PD는 “네이버 등 예약 시 다섯 개의 농가 중 체험할 곳을 임의로 배정받게 되는데 아예 여러 곳을 신청해 찻집 도장 깨기에 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동 찻집 도장 깨기’가 가능한 것은 “수제차를 전문으로 하는 농가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엄씨의 설명. 유로제다가 있는 화개에만 100여 곳의 차 농가가 있다. “대량 생산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산비탈 등에 자생적으로 자리 잡은 농가들이 일일이 손으로 찻잎을 따 각자의 방식으로 찻잎을 덖고, 발효시키고, 차를 혼합해 내리기 때문에 차 맛이 다 다를 수밖에요. 곁들이는 다식까지 제각각이니 차를 다양하게 즐기기에 하동만 한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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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차밭에서 ‘멍 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