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후에 뭐하고 있을까? 십 년 후에 뭐하고 있을까? 는 종종 새해나 연말에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예순살의 나를 생각하니, 마치 초등학생 이 막연한 미래에 어른이 된 모습을 생각하는 느낌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나를 떠올려본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원하는 걸 다 얻어냈을지가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내가 가진 세계보다 경험할 세계가 더 무한하고 미지의 영역이었으므로. 지금은 사실 미래의 나에게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무언가가 되기보다는 무언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쪽으로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정성스레 쌓아올린 견고한 자신의 세계도 좋지만 그 안에 갇혀 소통을 멀리하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비탈길을 굴러떨어지는 작은 돌이 결국 큰 돌이 된다는 걸 알기에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부당한 것을 눈감고 지나가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도덕적 도태라는 말도 있듯이, 내 시대의 도덕을 절대 도덕이라 여기지 않고, 세상과 계속 연결되어서 그 시대의 정의와 윤리를 늘 현재 시점 기준으로 갱신해나가는 어른이었으면 한다.